JT친애저축은행 100억 배당···"국부유출" 논란
JT친애저축은행 100억 배당···"국부유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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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 차원"···지난해와 다른 명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일본계 저축은행인 JT친애저축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현금 배당에 나선다. 작년 배당은 일본 J트러스트그룹의 동남아시아 계열사 지원이라는 명분이 있었다면, 이번엔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국부유출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그간 반일감정을 우려해 배당하지 않았던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호실적을 기반으로 본격 배당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698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총 배당액은 100억932만원으로, 해당 배당금은 JT친애저축은행의 모회사 J트러스트카드에 지급된다. 배당 성향은 2020년 당기순이익(409억원) 대비 약 24.5%다.

JT친애저축은행의 배당은 지난해 중간배당 이후 두 번째다. 앞서 JT친애저축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J트러스트그룹의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계열사를 돕기 위해 국내 진출 9년 만에 첫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배당에 나선 것이다.

이번 배당은 지난 중간 배당과 성격이 다르다. 국내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다. JT친애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09억원으로, 전년(314억원) 대비 30.3% 증가했다.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매년 증가세다.

호실적 덕분에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충분히 적립해왔다. 최근 지배구조 변화로 계열사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자, JT친애저축은행은 주주 배당을 택했다.

배당금은 J트러스트 회장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작년 11월 JT친애저축은행의 모회사 J트러스트카드의 주주는 J트러스트에서 넥서스뱅크(Nexus Bank)로 바뀌었다. 넥서스뱅크의 최대주주는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지분 25%)이다. J트러스트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을 뿐, 사실상 지배구조의 정점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그간 일본계 저축은행이 대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만큼, 업계에선 JT친애저축은행의 배당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어떤 명분 없이 이뤄지는 배당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부유출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이 대주주에 배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나, 일본계 저축은행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비교적 높은 2금융권 이자마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국내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국부유출 인식이 더해진다면 해당 저축은행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영업차질은 물론이고, 예금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SBI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 등 일본계 저축은행이 흑자로 전환한 뒤에도 배당에 나서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손금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는 점, 배당보다는 성장을 우선한다는 점 등 저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일본계 기업에 꼬리표처럼 붙는 '국부유출' 비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와 관련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호실적에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배당은 지난해 거둔 순익을 바탕으로 주주 환원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특정 국가라는 점보다는 100% 외국계 주주이다 보니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차원에서 배당을 결정했다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JT친애저축은행의 배당 선례를 기점으로 향후 일본계 대주주에 배당하는 저축은행들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다른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배당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배당정책을 국부유출로만 보기 어렵다는 기류가 형성된 분위기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에 대한 반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배당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결손금을 다 털지 못했다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곳을 제외하고 성과가 돋보이는 곳의 경우 선례가 생긴 만큼 배당을 조심스레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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