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동맹이란 무엇인가
[홍승희 칼럼] 동맹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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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란 이후 한·미 관계는 동맹을 넘어 혈맹이라는 표현을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다소 과장된 표현은 한국 쪽에서만 사용하는 꽤 일방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이 한국을 달랠 때마다 ‘동맹’을 강조하지만 실상 미국이 한국을 진정한 의미에서 동맹으로 생각하는지는 종종 애매해진다. 단지 미국의 지휘를 따르는 추종세력 정도로 상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을 가질만한 타당한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최근 들어 한국의 국가위상이 올라가면서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기는 하지만 한국의 무기개발에 불필요한 제약을 가하고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계속 미국이 가지려 하는 태도는 그런 의구심에 자꾸 불을 지핀다. 게다가 일본을 대하는 태도와 한국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는 확실한 온도차가 있어서 적어도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어깨를 나란히 할 동맹의 위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인을 자주 보내고 있다.

동맹이라면 적어도 대등한 지위를 갖고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동맹이 강해지는 꼴을 못 보겠다고 한다면 이미 동맹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솔직히 한국의 국력, 국방력이 워낙 허약했으니 미국이 동맹이라 부르고 피보호국 취급을 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고마움을 느낄지언정 반발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는 강력한 주변국들 틈에서도 나름대로 ‘혼자 죽진 않는다’는 수준에는 이른 대한민국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일 간에도 상호동맹을 원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그러나 한`일 양국 모두 현재 상태에서는 적어도 국방 분야에서만큼은 ‘동맹’이 될 생각이 없다.

계속 영토 도발을 해오는 나라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한`일 지소미아도 실상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협정이었다.

미국 입장에서야 대중 전선을 견고히 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아쉽겠지만 한국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현 정세 속에서 국방 분야만큼은 미`중이 진영싸움을 한다면 한국은 미국편에 설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전선에 한반도가 전장이 되거나 한국이 총알받이가 되는 미국 전략이라면 한국으로서는 온몸으로 거부해야 마땅하다.

요즘 쿼드 플러스 얘기가 종종 거론되지만 당초 일본이 한국을 제외한 미국의 대중 압박라인을 상정하고 시작된 연합인데 이제 와서 아쉬우니 당연하다는 듯 한국의 참여를 재촉하는 모양새는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불편하다. 게다가 미국의 다방면에 걸친 제재`압박 작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제1의 교역국이다. 안보문제와는 별개로.

실상 미`중 갈등이 새로운 진영싸움으로 화해가는 조짐이 보이지만 이제까지 미국이 지향해왔던 세계전략과는 판도가 꽤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지리적으로 바짝 붙어있는데다 한반도 통일문제까지 걸려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요한 만큼 중국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두 나라간의 갈등이 진영싸움으로 변해가는 것이 전혀 달갑지 않다.

또 영연방 국가들 말고는 미국의 대중 강경전략에 적극적인 동참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쿼드 발족에 앞장섰던 일본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조차 박쥐처럼 이쪽저쪽을 오가는가 하면 유로존 국가들은 아예 선을 긋고 한발 물러나서 구경만 하는 모양새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의 근본 시작점은 경제 문제이니 사안별 선택을 한다 해도 때때로 그 경계가 모호해질 수는 있다. 미`중 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중국의 GDP가 미국의 70%에 다다른 시점이었고 이런 위치에 오른 중국이 자신감을 한껏 내세우며 세계전략을 거침없이 펼쳐나가자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한`일 경제전쟁 또한 한국의 국력이 일본의 70% 수준에 이르면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당해왔던 일본의 횡포에 한국이 맞서기 시작함으로써 본격화했고 일본 또한 조바심을 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이런 갈등이 치열한 국가 사이에 진정한 동맹이 가능한가.

미국의 대중 압박전략에 한국은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는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국은 미국의 일방적 ‘보호’를 거부하고 대등한 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계 재정립을 미국에 요구하고 또 받아내야 한다.

한국에 걸려있는 여러 족쇄를 풀고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우선한다는 분명한 약속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게 이미 커진 덩치에 걸맞은 한국의 권리이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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