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빅브라더' 비판 한은 vs '소비자보호' 앞세운 금융위
[초점] '빅브라더' 비판 한은 vs '소비자보호' 앞세운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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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금융위 '전금법 개정안' 놓고 연일 마찰
한은 "개인정보 침해"
금융위 "오히려 소비자 보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한은이 '빅브라더'법이라고 비판하자 금융위가 하루 만에 재반격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결제원을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두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은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내역을 일일이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참석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참석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온라인 토론회 형태로 맞서고 있다. 지난 18일 금융위 후원으로 금융연구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쟁점과 추진방향'을 주최했다. 전금법 개정안 토론회에는 이순호 연구위원이 '전금법 개정의 의의 및 주요 쟁점'에 대해 발표하고, 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전금법 개정안상 이용자 자산 보호 제도'에 대해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맹령히 반대하고 있는 한은의 입장을 대변할 패널은 배재됐다.

이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최한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한은법 개정 방향' 토론회의 맞불로 봐도 무방하다. 당시 한은도 금융위 쪽 인사를 제외하고 전금법에 대한 중앙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두 기관의 갈등은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전금법 개정안이 발단이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민주당 의원(정무위원장)이 발의했고,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상임위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간편결제의 후불결제 허용 등을 골자로 한다. 빅테크 업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해 양성화하고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결제원을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위가 이에 대한 포괄적 제재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는데 다른 금융업보다 소비자보호 장치가 약하니 결제 기록을 정부가 관리하자는 게 전반적인 취지다.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융위, 전금법 개정안으로 빅브라더 되려 해" = 논란은 금융위가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을 금융결제원으로 지목하면서 빚어졌다. 현재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한은이 갖고 있다. 한은은 금융위가 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금융결제원에 대한 일부 관리·감독권을 가지려는 것이 사실상 '통솔권'을 모두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을 지급결제 관리영역을 침해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을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빅브라더'법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빅브라더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의 독재자로, 모든 국민을 감시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는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금융위는 해당 거래정보에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은은 바로 이 부분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빅브라더라고 지적한 것이 법무법인 2곳의 자문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A법무법인은 "본건 법률안은 청산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에 대해 금융위에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므로 빅브라더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B법무법인은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을 통해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 청산이 이뤄짐에 따라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에 빅테크 기업 이용자의 이용자 정보(성명·아이디 등), 거래정보(이용매체·상대방 등), 예탁금(포인트 등) 등 과도한 정보가 집중되는 경우 빅브라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금융위가 빅테크업체 거래정보 수집의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특정기관의 과도한 개인 거래정보 취득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필요 최소한의 수집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민은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중국 정부조차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운영·관리하는 지급결제시스템은 경제 주체들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인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지급결제시스템이 빅테크 업체 거래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하고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삭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서울파이낸스 DB

◇"빅테크 분식회계 방지→소비자보호" 전금법 개정, 논란 일축 = 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도 외부청산기관(금융결제원)을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주요 쟁점에 됐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정성구 변호사는 "모든 개인정보가 청산기관에 이전되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는 청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산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결제원에서 하루 평균 90억건의 정보를 전송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빅브라더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기존 금융결제원의 역할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라는 게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금융결제원은 이미 금융결제망 운영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있고, 청산기관의 정보·오남용 방지, 보안 강화를 위한 특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도 "현재도 금융결제원에 모이는 정보량이 어마어마한데다 빅테크 내부 결제 정보가 유의미할 정도일지 의문"이라고 힘을 보탰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외부청산기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위는 빅테크 기업의 자체 플랫폼에서 결제가 이뤄졌더라도 이를 외부청산기관에 청산과정을 거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자의 충전금을 내부에서 청산할 경우 고객의 돈을 유용할 우려가 있고 업체가 도산할 경우엔 소비자보호가 힘들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토론회의 또 다른 발제자인 이순호 연구위원은 "지급거래청산제도의 취지는 지급결제시스템과 운영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서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특히 빅테크가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용자예탁금에 대해 공신력 있는 외부 청산기관이 개입함으로써 이용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오는 25일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공청회가 열린다. 국회 정무위 뿐 아니라 기재위에도 지급결제에 대한 한은의 권한을 명확히 한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은과 금융위의 전금법 논의는 국회에서 의견 조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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