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위 과장의 호소
[데스크 칼럼] 금융위 과장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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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금융연구원 주최, 금융위원회 후원의 관련 온라인 정책토론회가 열려 관람해 보았다.

금융위 담당 과장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개정안 통과를 위한 소위 요식 행사인가 하고 큰 기대감 없이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말하는 것을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한국은행 측은 발표와 토론자로 나오지 않아 중앙은행 입장을 들을 순 없었다. 두 기관의 대립 이슈인 외부청산기관에 대한 언급도 나왔지만 대부분 개정안이 필요하고 찬성한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같은 날 같은 주제의 행사가 다른 곳에서 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서울 다동 소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열고 개정안이 금융산업 환경 등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영근 한국은행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자지급거래 청산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한국은행과 협의 없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법을 추진한 점을 지적했다. 전자지급거래 ‘청산’은 금융결제원이 담당하고, 한국은행이 ‘결제’를 지시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은행이 가진 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가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급거래 청산 및 결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한은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빅테크 관련 내부문제가 생길 경우 감독기구에서 해결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낸 법안은 폐기돼야 마땅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 보면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은 입장에서 보자면 금결원 사원은행으로 지금까지 지급결제 발전에 일조를 해왔는데 갑자기 금융위가 끼어들고 권한을 가로채려 하니 섭섭하고 배신감을 느낄 만도 했다.

또다른 개정안의 이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지정을 통해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이 가져왔던 고유역할을 네이버 등의 플랫폼 기업이 병행할 수 있게 된다.

언론에서는 한은과 금융위의 다툼만 부각된 측면이 있어 개정안의 순기능이 축소된 점도 보였다.

금융위 담당 과장은 이날 토론자로 나서 개정안 취지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때론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섭섭함도 묻어났다.

이 과장의 요지는 이렇다. “전자금융법이 만들어 진 게 2006년 4월, 시행이 다음해 1월인데 당시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 선보였다. 실제 전자금융법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법이었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PC 기반으로 나와 공인인증서와 같은 것들이 나왔다. 스마트폰이 확대되면서 기존 은행 등 권력이 이동하는 것을 금융당국도 느꼈다. 핀테크를 육성해 시대적 전환이 가져올 새 기회를 만들어 국가경제 기회로 삼자는 인식 아래 핀테크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

사모펀드 얘기도 나왔다.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론의 질책을 보면서 핀테크에 대한 규제완화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규제완화에 따라 감독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할 경우 이용자와 투자자의 신뢰 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목도했다. 작년 7월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혁신의 왼발과 안정의 오른발이 같은 보폭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면서 그는 개정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간편송금에 2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한데 젊은 창업자가 이런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적은 자본금으로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핀테크에 뛰어들어 인터넷은행 등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성장하는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나약한 공무원’에 대한 극복 의지도 보였다.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근거없는 비난에 상처받고 비난 받기 싫어 퇴행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두려움도 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은) 규제완화와 혁신이 주요 테마였다”며 개정안 통과에 힘쓸 것을 강조했다.

필자가 느낀 점은 개정안의 쟁점 정리 외 기존 은행 등 금융산업에 대해 관치(官治) 얘기를 들을 정도로 규제로 일관한 –마치 금융위의 존재 이유처럼- 금융위에 이런 관대함이 있었나 하는 것이다. 이 조직은 고객만족도 같은 조사를 하면 얼마나 받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별종을 만난 기분이었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산업 보호와 육성은 찾아보기 힘들고 때만 되면 감놔라 배놔라밖에 없는데 핀테크와 빅테크 육성에는 배려심이 깊다. 네이버나 쿠팡과 같은 대규모 기업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권한을 갖게 될 경우 기존 금융산업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과 빅테크간 견제와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수시로 “디지털, 디지털”을 외치는 이유다.

이 가운데 변하는 금융위 모습을 보면서 “당국도, 전자금융도 참 많이 변했구나” 새삼 느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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