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청약 열기에도···대출 막힌 무주택자 '한숨'
뜨거운 청약 열기에도···대출 막힌 무주택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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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 100%···1순위 경쟁률 1년 새 3배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분양가, 시세 90% 수준 예상"
고분양가에 무주택자 피해 우려···"대출 규제도 시세 반영해야"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견본주택.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견본주택.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빚어졌던 집값 과열 양상으로 수요자들은 청약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매맷값은 급등했지만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로 시세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 심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6일 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100%를 기록했다. 이는 HUG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4년 3분기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초기분양률은 아파트 분양 초기 시점(3~6개월)의 분양가구수 대비 체결가구수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4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도 96.6%를 기록했는데,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 2분기(97.0%)와 비슷한 수준이다.

뜨거웠던 분양 열기는 '역대급' 경쟁률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일반 분양된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에는 7182가구에 무려 63만8027명이 참가했다. 청약경쟁률은 88.84대 1로 전년(31.6대 1)과 비교해 2.8배나 뛰었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53.1대 1의 세 자릿수를 기록했으며, 당첨 청약 가점도 최고 60.5점, 최저 53.9점이었다.

이처럼 청약시장으로 많은 수요자가 몰린 까닭은 저렴한 분양가로 '로또 청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기조에 따라 지난해 HUG의 고분양가 통제지역이 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부활하면서 분양가는 급등한 매맷값을 쫓아가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맷값은 1692만원으로 분양가 1398만원과 3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이는 전년(55만원)과 비교해 5.3배 늘어난 수치다.

이에 정부는 로또 청약을 줄이고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은 HUG에서 선분양에 필요한 분양 보증 업무를 독점해 '깜깜이 심사' 등 과도한 가격통제로 지적을 받아온 데 따른 것으로, HUG는 산정 기준을 합리화하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HUG는 신규 분양 아파트가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출이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에서 시세 반영 분양가는 되레 서민의 주거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분양가격이 9억원 넘어선 아파트 비율은 지난 2017년 10.8%였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 35.8%까지 올라가면서 3년 새 3.31배나 확대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 또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경우 대부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20~30% 수준에 불과하다.

1분기 내 분양을 예고한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모든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대출이 불가하며,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어서면 담보대출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10억원이 넘는 현금을 모두 현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분양가 통제가 그간 주택 공급을 저조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선 분양가가 시장 원리에 따라 적정히 산정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대출은 막히고, 이번 2.4 공급대책으로 대부분의 주거사다리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은 주거 진입장벽을 공고히 만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자본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라며 "규제를 모두 풀어낼 수는 없다고 해도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는 경우 대출을 완화하던지, 현재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제한의 상한을 서울의 상황과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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