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4대銀 순익 '뒷걸음'···NIM 줄고 충당금 늘고
[돋보기] 4대銀 순익 '뒷걸음'···NIM 줄고 충당금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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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순익 7조7491억 '전년 比 8%↓'
대출 증가에도 수익성은 '악화일로'
'코로나 충당금', 건전성 강화 퇴색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들 순이익이 일제히 뒷걸음쳤다.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이익)을 갈아치운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 코로나19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영향이 크다. 충당금 적립 증가는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건전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인 것이어서 은행권 순이익 역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어두운 그림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7491억원으로 전년(8조4131억원) 대비 7.9% 줄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2조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줄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순이익(1조3630억원)이 9.4% 줄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6.1% 감소한 2조101억원, KB국민은행이 5.8% 감소한 2조29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3~4년간 가파르게 성장하던 은행도 코로나19와 초저금리 앞에서는 맥을 못 춘 셈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증시 호황 등의 영향으로 대출이 9.5~11.7% 가량 크게 성장했음에도 이자이익은 오히려 줄거나 한자릿수 성장에 그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업계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인하하면서 예대마진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줄면서 이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익성 지표인 은행 순이자마진(NIM)도 모든 은행이 후퇴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NIM은 1.34%로 전분기 대비 2bp 줄었다. 지난해 말(1.46%)과 비교해서는 12bp 줄어든 수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NIM도 1.28%로 전년 대비와 전분기 대비 각각 13bp, 5bp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NIM은 1.29%로 각각 8bp, 4bp 줄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NIM이 1.51%로 전분기보다 2bp 개선됐지만 전년 말과 비교하면 역시 10bp 줄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에 대출이 엄청 늘었는데 수익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 것은 기준금리 빅컷 영향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저금리가 워낙 장기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코로나19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순이익 후퇴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4대 은행은 지난해에만 1조876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모두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현재 은행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한계기업 폭증 등에 대비해 자본을 선제적으로 적립하고 있다. 은행들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해당 조치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문제는 은행 수익성 개선이 앞으로도 요원하다는 데 있다. 특히, 업계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의 부실 발생 리스크에 주목한다. 현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실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인 충당금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데다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순이익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금융지원 조치가 은행 건전성을 당장 크게 악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진다"면서도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한계기업들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데 이게 지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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