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은행 사모펀드 징계 완화···은행권에 던진 의미는?
금감원, 기업은행 사모펀드 징계 완화···은행권에 던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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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개인사업자대출 급증 상호금융조합 경영진 면담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기업은행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피하면서 이미 중징계를 통보받고 제재심을 기다리고 있는 은행권으로의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고삐 죄기'에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다른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사전통보 때 보다 한 단계 완화함으로써 은행권에 다소 '숨통'을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전일 열린 제재심에서 디스커버리펀드 및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금융회사 지배구조법)를 위반한 기업은행에 대해 업무의 일부정지 1개월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사모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전 부행장에게는 감봉 3개월을 결정했다. 제재심에 앞서 금감원은 김 전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 상당의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으나 두 차례 제재심을 통해 주의적 경고로 한단계 수위를 낮췄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정지·해임 권고 순으로 높아진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반면 김 전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경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같은 제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기업은행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 구제 노력 등을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디스커버리펀드의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투자금의 최대 50%를 피해자에게 선지급하기로 했고 라임펀드에 대해서도 미회수 잔액의 51%를 우선 지급키로 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사모펀드 불법판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한단계 내려갔다는 점에 대해 금융권은 주목한다.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금감원이 요구하는 보상조치를 따를 경우 제재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감원 역시 판매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는 대신 금융소비자들의 피해 구제책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금감원이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을 첫번째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는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아닌 김 전 기업은행장 재임 시절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기업은행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면도 감안한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별다른 마찰 없이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를 먼저 마무리함으로써 또다른 사모펀드인 라임 사건 관련 제재 결정이 예정된 다른 은행들 역시 금감원이 요구하는 보상조치를 따르도록 유인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감원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펀드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예고 받았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가 통지됐다. 예고 통지된 제재는 이달 25일 열릴 제재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11월 열린 증권사 제재심에서는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직무정지 결정을,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당시 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일부 판매사 전현직 대표들은 금감원의 제재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열릴 제재심에서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은행권 전·현직 CEO들에게 중징계를 결정할 경우 불복 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금감원의 관리 감독 책임 논란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 책임을 제외하고 금융사 CEO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금감원이 김 전 기업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사전통보 때 보다 한 단계 낮춘 것은 제재심을 기다리는 다른 은행들에게 피해자 구제 대책을 더 강화하라는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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