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쪽' 재개되는 공매도···개미·업계 '설왕설래'
결국 '반쪽' 재개되는 공매도···개미·업계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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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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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하고, 대형주에 한해 부분 재개하기로 하면서, 시장 다방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표심 잡기', 땜질식 조치 등의 지적과 당국 나름의 절충안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보궐선거 표심 의식했나?···재개 실효성 의문"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임시회의를 열고 내달 15일 종료 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2일까지 연장하고,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재개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 상황과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상황,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임시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간 장고 끝에 나온 결정이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공매도 부분 재개의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정치권 압박에 밀려 이내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게 이들 지적의 골자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달 공지를 통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항간의 '연장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용진·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며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고, 당국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바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당국의 이번 대책은 선거용으로 본다"며 "대형주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 박 모 씨는 "5월3일이란 날짜도 애매모호하고, 정치에 관심 갖지 않는 누가 봐도 선거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며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손바닥 뒤집듯한 대책을 내놓는다면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의 불신이 깊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서 공매도 재개에 한창 반기를 들 때부터 당국의 입장 변화를 예견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 1년이 다 되도록 당국은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매도에 대한 대차 기간 단축도 필요한데 이번 대책에서 빠져 있다"면서 "대차 거래에 관한 전산시스템 관리에 좀 더 세부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공정한 시장의 근본적 수술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 재개는 용인될 수 없다"며 "5월3일 재개 결정 전 개인에게 한없이 불리한 제도 개선을 언제 마무리할지를 먼저 발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국 절충안에 시장 불안 해소···보다 나은 결정"  

이번 공매도 부분 재개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우세한 편이지만, 당국이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개인 투자자의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대형주부터 부분 재개하는 방안은 당국으로서 최선의 선택"이라며 "빠른 시일 내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과 시스템 보완이 이뤄져, 개인의 접근이 보다 수월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시장 유동성 공급과 과열 방지 등 순기능이 분명 존재하는데, 현재 다른 나라 자본시장에서 허용 중인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간 '공매도 금지 연장론'을 설파해 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 보완 후 공매도 재개'라는 주장에 금융당국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이해하고 환영한다"면서 "이제 금지 연장과 맞물려 전산화 시스템 구축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증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전부터 당국이 어느 정도 절충적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기에 주식시장 향방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이전의 우상향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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