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핀테크···금융권 '인력 쟁탈전' 심화
몸집 키우는 핀테크···금융권 '인력 쟁탈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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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뱅, 연봉 1.5배+스톡옵션 등 파격 조건
기존 금융권 "귀한 전문 인력 이탈할라" 긴장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업계의 공격적인 인재 채용에 기존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봉 1.5배,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전문 인력을 흡수하면서 '인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인력을 모시기 위한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구조적인 변화와 맞물려 인력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1분기에 33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한다. 토스, 토스인슈어런스, 토스페이먼츠가 성장한 데다 올해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몸집 키우기에 돌입한 것이다. 분야별로는 개발 직군 120명, 비개발 직군 210명을 뽑는다.

토스는 신규 입사자에게 전 직장의 '최대 1.5배 연봉'을 제시했다. 1억원어치의 스톡옵션도 부여한다. 이 같은 보상제는 오는 3월까지로, 토스의 금융사업 초기 멤버로서 인정되는 마지막 기회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도 연초부터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인재 채용을 통해 금융서비스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모집 분야는 금융IT 개발부터 서버개발, 리스크, 비즈니스, 서비스 기획 등 8개 분야, 43개 직무로,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다.

카카오뱅크는 만 3년 근속 시 1개월의 유급 휴가와 휴가비 200만원을 약속했다. 유연한 출퇴근 시간을 기본으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며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의 의료비와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이번 채용이 마무리되면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조직 규모는 각각 10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핀테크 업계는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자 채용 절차도 간소화했다. 채용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재를 먼저 끌어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토스의 경우 서버 개발자나 마케팅 매니저 등 일부 직군에 한해 이력서 없는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안드로이드·애플 운영체제(iOS)·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자 등은 코딩테스트와 직무 인터뷰를 통합해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며칠이 소요됐던 코딩테스트, 직무 인터뷰를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인프라 확충과 신사업을 위해 두 자릿수 규모의 경력 개발자 공채에 들어간 핀다는 별도의 코딩 테스트 없이 1차·2차 인터뷰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리기로 했다. 합격자에게는 토스와 마찬가지로 스톡옵션 1억원과 사이닝보너스 1000만원을 지급한다. 

치열해지는 핀테크발(發) 인재 확보 경쟁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곳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다. 핀테크들이 제안하는 조건이 워낙 파격적인 데다 보수적인 금융권과 달리 유연근무제 등 유연한 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자들에게 메리트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IT 등 관련 전문인력을 수시 채용 중인데, 금융과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물밑에서 핀테크들과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규 채용뿐 아니라 기존 인력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핀테크 업계가 금융사 경력이 있는 인재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영입에 나선 탓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는 은행권의 대규모 인력 감축 분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맞물린다면 인력 이탈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시행한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1000여명의 직원이 퇴직금을 수령했으며, 올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명예퇴직자를 합치면 2000여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연한 조직인 핀테크들과 달리 은행권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분위기라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특히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금융권 취업준비생들과 개발자들은 사이에선 벌써부터 퇴직 시점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파격 조건을 내세운 핀테크가 채용을 늘려나간다면 은행권에서의 인력 이탈이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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