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레버리지 독(毒) 될까
[데스크 칼럼] 레버리지 독(毒)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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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 나훈아는 테스(소크라테스) 형을 불렀지만 필자는 아르키메데스를 부르고자 한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지렛대 즉 ‘레버리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충분히 긴 지렛대와 밑에 괼 지렛목만 있으면 지구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키메데스는 몰라도 이 문구는 누구나 알 법하다.

지구를 들 정도이니 레버리지는 얼마나 파워풀한 도구인가.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도 쓰기 나름. 레버리지 역시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레버리지 자체는 중립적이다. 그것을 쓰는 우리가 어디까지 현명한 판단력으로 책임감을 갖고 쓰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인 것이다.

주가가 3000선을 넘었다. 부동산은 서울에서 웬만하면 매매가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실제 서울 매매가의 절반이 고가주택의 기준인 9억원을 넘었다 한다. 주택은 레버리지 아니면 더 이상 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탄)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팽배하다. 이 절실한 돈의 필요성 가운데 머니는 넘쳐 흐르고 있다지만 ‘머니 어디’의 불일치도 나타나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 모두 더 오를 것이란 의견과 버블로 위험수준에 이미 도달했거나 조만간 도달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어느 주장이 맞을까. 시간만이 그 답을 알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잘 알다시피 시장 옹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융자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이었다. 아마도 성경에서 이자를 금기시하듯이 오랜 서구권의 이자에 대한 태도 및 윤리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급진적 개혁주의자로 알려진 제러미 벤덤은 융자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공리주의 창시자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윤리와 입법의 토대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미스가 금리를 5% 이내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융자에 부정적 태도를 취한 것은 ‘높은 금리를 기꺼이 부담하려는 방탕하고 무모한 자들 때문에 정작 합당한 계획을 가진 자들이 돈을 빌리지 못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벤덤은 대부자는 자기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차입자를 선별하고 감시하는 유인이 있다며 스미스의 전제를 반박하고 ‘위험성이 큰 프로젝트에 돈을 빌리려는 혁신가와 신흥 세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미스 반박에 대한 글을 모아 책까지 냈다.

최근 대권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금리를 10%로 제한해야 한다며 그것도 필요하면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상의 금리는 약탈적이라며 그런 사업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미스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18세기의 논쟁이 지금도 한반도에서 재연되는 것을 보면 레버리지는 대단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레버리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정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성이 있다.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손실보상제 논란에 홍남기 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다름아닌 국가부채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레버리지 이슈이다. 레버리지는 개인부터 국가의 운영관리 문제이고 적정수준을 끊임없이 탐구해 결정해야 하는 중요 이슈다. 지금 과하다 판단하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규제하듯이 말이다.

오르락내리락 순환이 있는 경제에서 투자자들이 -특히 청년층– 막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타지 않길 바란다. 레버리지는 잘 활용하면 자산을 늘리는 도깨비 방망이이면서도 동시에 지옥의 불구덩이가 될 수 있다. 자기 책임의 판단 아래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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