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셀트리온 삼형제의 부진이 극심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탓이다. 어느 정도의 임상 성과에도 통계적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장 대비 2만3500원(6.67%) 하락한 32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24일(30만15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이틀간 14.27%에 떨어지면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7위에서 9위로 밀렸다.

코스닥시장에서 주도주 역할을 해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02% 떨어진 14만3400원에, 셀트리온제약도 9.51% 내린 18만7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이들 셀트리온 3형제는 이날 증시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간 증발한 시총만 12조6098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지난 13일 마감 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 관련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렉키로나주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발생률을 전체 환자에게서는 54%,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에게서는 68%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회복 기간은 평균 3일 이상 단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적 지표인 P값이 한계를 보이면서 실망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P값이 0.05 이하여야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 렉키로나주의 경우, P값이 50대 중등증 대상은 0.0418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대상(0.196%), 중등중 폐렴동반 대상(0.105%)은 효과가 떨어지는 셈이다.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영향을 미쳤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렉키로나주로 인한 셀트리온의 실적 개선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고 시장규모도 작은 국내에서의 시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임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 및 리제네논의 항체치료제에 비해 안전성 측면에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우수하다"며 "바이오시밀러 기업에서 글로벌 항체 신약 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중증 환자 회복 속도 단축과 병원 방문 횟수 감소 등 자체로도 임상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며 "이번 셀트리온 3사의 주가 조정은 임상이라는 이벤트가 소진된 데 따른 것으로, 이후 다른 이벤트에 의해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키토나의 2상은 특히 고연령층, 고위험군에서 입원 기간이 단축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승인 자체에 모멘텀을 바라보기 보단 승인 이후 매출 지속성과 수익성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9일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식약처에서 이를 심사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주가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게 되면, 즉시 의료현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이미 10만명분 생산을 마치고 공급 계획도 철저히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공급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대 200만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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