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주변국들을 자극한다고?
[홍승희 칼럼] 주변국들을 자극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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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탄을 담은 우스갯소리 하나가 떠돈다. 단군할아버지가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고. 주변국들이 워낙 한국을 괴롭히다보니 나오는 안타까움에 나온 유머일 것이다. 단군의 도읍지는 현재 중국령이 돼 있으니 실상과는 다르지만 그만큼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참으로 답답하고 옹색한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의 현재 국방력이 세계 6위니 7위니 하지만 주변에는 세계 2위, 3위, 5위인 국가들이 둘러싸여 있으니 그 빛이 가려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맹렬히 국방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소한 공격을 받더라도 최소한 상대에게 치명타는 입힐 수 있어야 주변국들의 침략의지를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소위 밀리터리 덕후라 불리는 유투버들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군의 전략은 일명 ‘독침전략’이라 칭한다고 한다. 일단 공격한 적이 강해 우리가 설사 패배하더라도 최소한 공격한 적국 또한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히겠다는 매우 처절한 전략이다. 이 정도 각오로 국방력을 키운다면 적어도 섣불리 한국을 침략할 수는 없으리라는 계산이겠다.

문제는 아무리 각오가 대단하다 해도 무기 수준이 대등하지 않으면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한국동란 당시 전차 한 대 없던 한국군이 개전초기에 얼마나 형편없이 밀렸던가를 생각하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방장비 도입에 국내외로부터의 훼방이 상당히 심하다. 일단 미국은 주한미군을 들이밀며 한국의 자주국방에 꾸준히 족쇄를 채웠고 국내 보수 세력은 또한 미군만 믿으라며 한국군의 자체적인 무장력 강화에 딴지를 건다.

물론 평화운동가들도 새로운 무기도입에 반대하곤 한다. 필자 또한 평화운동을 지지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오른 뺨을 맞고 왼뺨을 내줄 성자는 못되기에.

전쟁을 반대하는 것과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궤를 달리한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평화를 누가 지켜줄 수 있겠는가.

평화운동가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으니 논외로 치고 국내 보수세력의 미국 우산 신봉 논리만큼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이 우릴 지켜줄 것이라는 그들의 맹목적 믿음은 불과 100년 남짓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조차 외면하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다.

100여년 전에도 분명 대한제국과 미국 사이에는 수호조약이 체결돼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미국은 필리핀을 얻기 위해 가쓰라-태프트 조약으로 일제의 대한제국 병합을 묵인했다.

국가간 조약이나 동맹이라는 것이 대등하거나 최소한 엇비슷하게라도 힘을 갖지 못하면 언제 쓰레기통에 처박힐지 모르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보수세력이 좋아하는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도 한국의 국방력 강화는 필수다.

게다가 군대도 없는 일본보다 무장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주일미군도 있고 자체적으로 군대도 보유할 수 없는 일본임에도 일본의 해상자위대 무력은 한국 해군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군력도 엇비슷하고.

그런 일본은 그간 말만 좋은 한-미-일 삼각 동맹 따위의 미사여구를 만들고 흔들어대며 ‘미국 아래 일본, 일본 아래 한국’의 구도로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외교력을 쏟아왔다. 미국 역시 비록 항복을 한 나라이지만 2차 대전 종전협상 상대였던 일본의 눈과 입을 통해 한국을 판단하고 일본 입맛대로 한국을 취급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 덕분에 전쟁 당사국인 일본 대신 한반도가 분단되는 터무니없는 결과도 낳았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주변국 간의 소소한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일본은 독도뿐만 아니라 7광구도 주물럭대고 있다. 게다가 7광구를 두고는 아예 중국과 일본이 손잡고 한국을 왕따시키려 든다. 한국이 최초 발견하고 우리 수역으로 선포한 그 기득권을 부정하기 위한 짓이다.

이 말은 언제든 세 불리해지면 중국과 손잡고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데도 지금 한국의 국방력 강화가 주변국을 자극한다는 철지난 소리를 떠들어대는 게 과연 합당한가. 국회 국방위가 국산경항모 건조 예산을 거의 다 잘라낸 것은 또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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