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주식해서 불안"···너도나도 '동학개미군단' 합류
"다들 주식해서 불안"···너도나도 '동학개미군단'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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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증시 속 "나만 못 번다" 불안감에 '주린이' 대거 등장
"뭐하는 기업인지도 몰라" '묻지마 투자' 다수···'빚투'도 급증
"불안정한 환경 속 진입장벽 낮은 주식 선택···위험성 다분"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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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 직장인 류 모 씨는 최근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자)가 되기로 했다. 주변에서 들려온 '주식 성공기'에 부러움과 불안감이 동시에 들면서다. 류 씨는 "주식으로 단기간에 돈을 벌었다는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몰래 계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만 해도 주식 투자는 '준도박'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TV 예능에서도 주식을 권할 정도로 인식이 크게 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패닉장에서 급반등을 이끈 개인 투자자들의 활약이 주효했다. 하지만 활황장에서 주식 문외한들이 섣불리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높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학개미군단'의 거센 매수세는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9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 11조7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11일엔 코스피에서 무려 4조5000억원어치 사들여 최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에선 11거래일 연속 '사자'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3000선을 넘어 3200선을 터치하는 등 '가보지 않은 길'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 역시 최근 주춤 중이지만, 마의 1000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상승장에 올라타 특정 종목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사례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에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낀 이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주부 이 모 씨는 "요즘 만나는 지인들마다 주식 얘기만 해서 끼어들 틈이 없는 데다, 손쉽게 돈을 벌었다고 하니 부럽고도 배가 아픈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주식 투자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주린이'들이 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인에게 추천 받은 종목에 섣불리 투자하는 경우가 다수다.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한 김 모 씨는 "'주식의 '주' 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친구가 추천해 준 기업의 주식을 샀다"며 "사실 이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이 힘들고 집 사기 어려워진 불안정한 환경을 인식한 젊은 사람들이 비교적 접근이 쉬운 주식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유동성이 끌어올린 최근 증시가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짐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불안감에 주식 투자에 나서 운 좋게 수익을 내면 다행이지만, 쓴맛을 보는 사례가 더 많다. 조 모 씨는 "사촌이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3개 종목에 따라 들어갔더니 거짓말처럼 다음 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닷새간 잃은 돈만 300만원이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뚜렷한 손실에도 투자를 좀체 포기하지 못하기도 한다. 백 모 씨는 "지난해 하반기 주식으로 얼마간의 손실을 입었지만, 새해 들어 여기저기 자금을 마련해 다시 시작했다"며 "장이 하도 좋다 보니 (손실을) 만회할 것이란 희망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숱한 '동학개미'들에게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빚투'(빚 내서 주식투자)에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2일 기준, 20조7872억원으로 올해 들어 7거래일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9조원대였던 지난해 초에 비해 1년새 2배 이상 급등했다.

직장인 장 모 씨는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이었다. 급여가 꽤 되지만, 요즘 같은 활황장세에서 기회라고 여기고 투자금을 확대한 것이다. 장 씨는 "시드(종잣돈)를 늘려 더 큰 수익을 보고자 한다"면서도 "적잖은 빚을 내니 어느 정도 불안감은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흐름만 보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외감·박탈감이라는 감정에 떠밀려 빚까지 내 증시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는 십중팔구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금을 갖고 증시에 합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근래 들어 적잖은 이들이 단기 성과만을 노리고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위험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주식투자에 대한 시각이 현저히 좋아진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초보 개미들이 '빚투' 등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다면 되레 다시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투자하려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부터 알고,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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