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파트 못 산다"···빌라 찾는 사람들
"이젠 아파트 못 산다"···빌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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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매매거래 비율, 아파트 '줄고' 빌라 '늘고'
올해 빌라 집값 8.18%↑···작년 상승폭의 '5배'
서울 용산구의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용산구의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내년 신혼집으로 서울 아파트를 들어가려고 했지만, 최근 아파트값은 물론 전셋값까지도 많이 올라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같은 가격이라면 아파트 대신 빌라를 찾아 들어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경기 부천시 30대 P씨)

극심한 전세난이 아파트 매맷값·전셋값 동반 상승세를 빚어내자 비주류 주택으로 불리던 빌라 시장까지도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등한 것은 물론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빌라 시장으로도 불이 옮겨 붙으며 '내 집 마련'의 기회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은 4421건으로 전체 주택매매거래량 1만82건 가운데 43.85%를 차지했다. 전월(48%)과 비교해 오름세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거래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주택매매거래량 가운데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29~33% 수준에 머무르다 상반기 평균 37.78%까지 상승했으며, 하반기(7~11월) 들어 42.34% 수준까지 확대됐다.

빌라 거래가 늘어난 만큼 아파트 거래는 감소했다. 올해 하반기 전체 매매거래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한 비중은 47.94%로 상반기(52.33%)와 비교해 4.39%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 6.17, 7.10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에 7월 매매거래가 정점을 찍을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만6000건을 상회하는 등 전체 거래에서도 60%의 절대 과반을 차지했지만, 지난달 4000건대까지 급락했다.

이처럼 빌라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최근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따라 실수요가 우회한 것은 물론 투자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70%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 어려워졌다. 특히, 서울 등 규제지역 내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은 제한된 반면, 빌라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 임대사업등록 제도도 대폭 변경됐지만, 빌라는 여전히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7월 말 신규 임대차법 도입은 빌라를 찾는 수요를 더욱 증폭시켰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셋집에 눌러앉으며 전셋값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수억원씩 급등했다. 전세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됐고 기다리다 지친 수요자들은 빌라 매입에 나섰다.

이처럼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자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현재까지 누적 기준 서울 지역 연립주택 가격 상승률은 8.18%로 지난 2008년 8.17% 상승한 이래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상승폭이 저조했던 지난해(1.17%)와 비교할 경우 5배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3억1946만원으로 16개월째 뛰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선택지가 줄어든 수요자들이 빌라를 찾는 수요는 늘어난 가운데 정부 주택공급 기조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 장기전세 등으로 빌라를 비싸게 사들이면서 시장에 출현한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라며 "결국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은 계속되며 갈 곳을 잃은 수요자들은 내년에도 빌라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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