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CEO 대거 물갈이···코로나 변수 속 '쇄신' 바람
대형건설사 CEO 대거 물갈이···코로나 변수 속 '쇄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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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삼성물산, '재무통→현장통'으로 교체
대림산업, 국제·마케팅감각 갖춘 디벨로퍼 강조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왼쪽),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운데),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왼쪽),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운데), 마창민 디엘이앤씨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사장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당초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최고경영자(CEO)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쇄신'보다는 '안정'에 가까웠다. 코로나19라는 역대급 변수 탓이다. 하지만 업계를 주도하는 선두 업체들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3위 업체들은 나란히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사장단 교체에 나섰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8년부터 이끌어 온 이영호 사장 대신 현장 전문가인 오세철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낙점했다. 오 신임 사장은 해외 건설 현장부터 플랜트사업부까지 역임한 기술직 CEO로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과는 정반대다. 삼성물산은 올해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 복귀하며 '래미안의 귀환'을 성공적으로 알렸고, 상반기 시평 상위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때문에 내실을 다지는 보수적·선별적 성장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며 누계 영업익이 전년 대비 1.9% 역성장하는 모습은 물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6조5380억원(목표치 대비 58.9%)의 수주기록도 시평 1위 답지 않은 부진한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결국 코로나19에 따른 현장 비용 증가와 그룹 내 내부거래 매출이 줄어드는 등 건설업 본연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다다랐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이끌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승계와 관련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에서도 재무 전문가인 박동욱 사장과 '해외통' 정진행 부회장을 내리고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윤 신임 사장은 33년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정통파'로써, 현장 중심의 공사 관리 경험을 갖춘 주택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올해 도시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힌 한남3구역을 수주하는 등 브랜드 고급화 및 대형 수주 사업장에서 괄목한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박 사장과 정 부회장 체제의 현대건설은 올해 약 22조원에 달하는 일감을 확보하며 수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3분기 누적 영업익은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밑돌며 전년 대비 33.4%나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38.3% 줄었다. 또한 정의선 회장의 3세 경영 체제에 따른 세대교체와도 맞물려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인사 교체가 예고된 바 있으며, 실적 부진에 대한 결과를 세대 교체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다.

대림산업도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대림산업은 내년 새롭게 출범하는 디엘이앤씨의 신임 대표이사로 마창민 건설사업부 경영지원본부장을 내정했다. 현재 공동대표인 배원복 부회장과 김상우 대표는 각각 디엘홀딩스와 디엘케미칼로 자리를 옮겨간다. 마 신임 대표는 존슨앤존스, LG전자 등을 거친 글로벌 마케팅 전략기획 전문가로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 등 향후 부동산 종합 개발사업자(디벨로퍼)로의 전환을 맡게 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존 배 부회장이 대림산업 전체를 조율하고 김 대표가 유화부문을 역임했기 때문에 각각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라면서 "건설부문도 향후 글로벌 디벨로퍼로써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사업 기획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반적으로 사업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국제 감각, 마케팅 감각에 강점을 가진 마 대표가 내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건설업계에서는 임기를 앞둔 사장들이 대부분 유임되며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었다. 올해 초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연임을 확정한 데 이어 연말 들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과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등이 임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도 포스코건설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을 1년 새 93.6% 성장시키는 등 개선된 실적을 입증하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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