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국 방역은 자유 위한 투쟁
[홍승희 칼럼] 한국 방역은 자유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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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부터 날아오는 각종 소식들을 들으며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외계인의 지구침공을 주제로 한 영화 속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이 직접 피해를 당하기 전까지 침략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일상의 생활을 이어가고자 고집하거나 혹자는 외계인들을 숭배하기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현재 인류는 바이러스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자연발생 했든 혹은 인위적 배양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든 그 최초의 상황은 현재로서는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는 전 인류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빠른 전염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자 수가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게 팬데믹 상황 통제를 위한 사회적 봉쇄로 인한 경기위축 때문에 실직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불안한 사람들이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런 행동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일지라도.

그런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행동이 흔히 생각하듯 저학력, 저소득층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은 꽤 놀랍다. 미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물은 그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니 예외로 친다 하더라도 의외로 지식계층에 속한 유럽인 가운데서도 상당한 헛소리들이 나오는 사례들이 있어서 유럽 지성의 한계인지 혹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면인지 의아할 정도다.

팬데믹 상황 자체를 사실이 아니라거나 하는 식의 특정 종교 위주로 흘러나오는 음모론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늘 어느 한쪽에선가 발생하는 것이니 차치하고 시민들에게 따라줄 것을 권유하는 방역수칙들을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인양 몰고 가는 서구사회의 반응에서는 인류공동체의 암울한 미래를 보게 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유하는 자발적 참여 시기에 자유가 소중하다며 반발하던 유럽이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강제적 봉쇄조치를 초래했다. 그로 인해 경제는 거의 멈추다시피 했고 실직자들이 넘쳐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기서 더욱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히 엮이기 시작했다. 봉쇄조치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지고 마침내 코로나19 자체가 가짜라는 억지까지 튀어나오게 됐다.

그런 반응을 선동하는 논리 가운데는 아시아인들, 특히 방역에 가장 성과가 좋은 나라인 한국인들은 정부의 요구에 순응하며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국민들로 매도하는 헛소리들도 섞여있다. 단지 불편함을 참지 못해 큰 자유를 제한 당하는 결과를 초래한 그들의 억지 주장에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 차별의식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현대 인류 가운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고 또 이를 쟁취해온 한국인들로서는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비난이다. 인종주의적 태도를 저변에 깔고 있는 이런 주장과 비난이 과연 그들 스스로가 믿듯 지성적 사회의 모습일까.

한국의 현대사는 경제적 성취로도 세계적인 숱한 기록을 내고 있지만 그보다 더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성과로도 기록적인 역사를 이루어왔다. 자유가 소중하기에 오히려 작은 불편을 스스로 감수할 수 있는 한국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제대로 볼 객관적 눈을 잃은 그들 사회의 미래가 안타까워 보인다.

현재 한국인 대다수가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따르는 것은 현재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또 그 정부의 정직하고 솔직한 현황보고에 대한 신뢰 덕분임을 바로 보지 않으려는 편견은 타인이 대신 깨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호흡기 감염증은 당연히 마스크를 써서 예방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지식이 공유되지 못하는 광범위한 무지 또한 그들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가 팬데믹 초반에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정치적 저울질을 우선함으로써 적절한 대응시기를 놓친데 따른 대중적 불신이 큰 원인이 되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처음엔 소수의 선동에 부화뇌동했다지만 작은 불편과 답답함을 거부함으로써 그들이 외치는 자유는 훨씬 크게 억제되었고 또 심하게 궁핍해졌다.

한국인들은 단지 이 모든 과정과 결과들을 역사적 경험으로 체화했기에 스스로를 좀 더 잘 지켜나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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