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위기관리' 빛난 허인 KB국민은행장, 첫 3연임 주인공
[CEO&뉴스] '위기관리' 빛난 허인 KB국민은행장, 첫 3연임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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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이사회,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허 행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리딩뱅크 탈환, 디지털·글로벌은행 전환, 부실 사모펀드 위기관리 등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내며 3연임에 성공한 첫 국민은행장에 이름을 올렸다.

허 행장이 재신임을 얻은 배경으로는 지난 3년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점 등이 꼽힌다. 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부터 당기순이익에서 영원한 맞수인 신한은행을 소폭 앞서며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2017년 허 행장 취임 이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그룹 성장을 톡톡히 뒷받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주가도 그렇고 KB가 올해 선전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신한 윗분(경영진)들 심기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KB가 그만큼 선방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은행들보다 약하다고 평가됐던 글로벌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이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허 행장 취임 직후인 2017년 말 23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968억원으로 4배 가량 성장했다.

특히, 올해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을 인수하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내 네트워크망을 확보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두 금융사의 지분을 각각 70%, 67%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지법인 설립이 아닌 현지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 방식으로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현지시장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예금 수취가 가능한 소액대출금융기관(MDI)으로 캄보디아 내 180여개 영업망과 41.4%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은 지점 412개, 자동화기기(ATM) 835대 등 인도네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연금·조합원·중소상공인(SME)대출 등 리테일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아 현재 본인가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 현지법인 설립이 마무리되면 국민은행은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금융벨트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프라삭이나 부코핀은행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그 방법이 해당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시장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었고 해당 나라의 금융당국 규제나 현지인 반응 등을 모두 고려했다. 글로벌 사업들은 단기간에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고 굉장히 롱텀(Long-term)인데, 가시적인 성과가 올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도 맡고 있는 허 행장은 현재 디지털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디지털 조직으로의 전환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디지털인재 양성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단순 서비스를 넘어 조직문화·업무방식까진 전 부문에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부터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케이(The K)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전산시스템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 중 처음으로 통신업(리브엠)에 진출하는 등 기존에 없던 혁신서비스도 발굴하고 있다.

디지털에 대한 국민은행의 지대한 관심은 지난 9월 불거진 '채용논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과도한 디지털 역량을 요구해 '갑질논란'에 휘말렸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은행으로의 전환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은행이 쏘아올린 이번 채용논란을 기반으로 은행 인재상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디지털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요 경영전략이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넘버원 금융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발맞춰 디지털 부문에서의 혁신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허 행장이지만 임기 이후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허 행장이 차기 KB금융그룹 회장 후계구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어서다. 애초 3연임이 확실시되기 전 업계 안팎에서는 허 행장이 지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레 내놨었다. 윤 회장이 후계자 양성을 위해 손발을 오래 맞춰온 계열사 수장들을 지주로 이동시킬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관련 중징계 처분을 앞두고 있어 지배구조 형성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차기 국민은행장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만큼 허 행장에게 은행 경영을 한 차례 더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윤종규 회장 이후의 후계자 양성을 위해 허인 행장을 포함해 윤 회장 신임을 얻고 있는 계열사 수장들이 지주로 이동할 수 있단 얘기는 예전부터 계속 흘러나왔었다"며 "포스트 윤종규 구도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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