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바이든 당선자에게
[홍승희 칼럼] 바이든 당선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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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미국의 역대 민주당 정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이유는 역대 민주당 정부가 대체로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좀 더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무리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화를 내기도 했다. 사드 한국배치 강행으로 인해 한국만 일방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기존과는 다른 반응과 기대를 가졌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모든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다만 한국인들이 원하는 한반도의 평화에 역대 민주당 정부보다는 트럼프의 정치 쇼에 가까운 대북 행보가 더 바람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왜 그런 반응이 나왔었는지에 대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서 바이든 당선자는 신중하게 고려해보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 한국정책은 한국의 의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일본의 시각을 통해 해석된 논리를 우선시했다는 한국인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고 또 한국인들은 일본이 한민족의 통일을 방해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는 즉, 미국이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하위 변수로 취급하며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한국을 동맹이라기보다는 도구화하고 있다는 불신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점점 더 크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의심에는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국방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은 제약을 가함으로써 주변국들의 빠른 무력증강에 무기력해지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역대 미국 정부의 행동이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이웃국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나 자체적인 무장을 늘려가는 데는 미국의 부정적 영향력이 강력히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남북 분단으로 인해 사실상 고립된 섬과 같은 지정학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든 대륙으로 연결된 교통로를 갖고 싶다. 따라서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조속히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남북교류를 확대해 나가길 희망해왔다.

이런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전상황으로 바꿔야 하며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왔다. 또한 관계진전의 방향은 마땅히 분단 당사자로서 남과 북의 의견이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대 미국 정부는 남과 북의 견해보다는 일본의 시각과 욕심에 기반한 해석을 우선시해왔다는 점을 미국 역시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책을 미국이 고집하는 한 한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고수하려는 태도 또한 한국인들로 하여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게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되돌아오는 것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방해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국 정부가 계속 미루려 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군을 미국의 세계전략에 임의적으로 동원할 궁리까지 했음이 드러남으로써 한국인들 가운데서는 미국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차기 바이든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종식시키고 팬데믹으로 인해 곤두박질 친 경제상황을 타개해야 할 당면과제가 있지만 그와 더불어 외교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과 국제사회에서 트럼프식 고립주의 정책으로 인해 축소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미국의 목적을 위해서도 한반도 문제를 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방향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원하든 아니든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어왔고 한반도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북한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하거나 다른 탈출구가 없는 극한상황에 몰렸을 때 미국에 항복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 도움을 청할 것인지를 입장 바꿔 생각해보길 권한다.

한국에는 ‘쥐도 막다른 길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다. 즉,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면 살기 위해 무리한 줄 알면서도 공격하게 된다는 얘기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은 중국에 종속되기보다는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화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좀 더 경청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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