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체감경기 '8년7개월 만에 최고'···"코로나 재확산 반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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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발표
제조업 업황 BSI 85···2012년 4월 이후 최고
6개월 연속 개선세···경영애로사항 4위 '환율'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국내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가 6개월 연속 개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회복 심리가 글로벌 수요 확산에 지속되고 있어서다. 다만 10~11월 들어 나타난 급격한 원화 강세가 제조업체들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과 상충된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0년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全)산업 업황 BSI는 78로 전월대비 4p 상승했다. 2개월 연속 상승으로, 2018년 6월(80)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1월 BSI(75) 수준을 넘긴 것이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업황 BSI는 85로 전월에 비해 6p 올랐다.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달 제조업 업황 BSI 수치는 2012년 4월(86)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음달 업황전망 BSI(81)도 전월과 비교해 5p 상승했다. 가전제품 및 전기자재 수요 증가로 전기장비가 전월대비 12p 상승했다. 반도체 관련 수출 증가로 전자·영상·통신장비도 10p 올랐고, 자동차 부품 판매 증가로 자동차(9p)의 상승세도 뚜렷했다. 

제조업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월대비 6p 오른 87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6p 증가한 82로 집계됐다. 수출기업(93)은 무려 11p나 올랐다. 이 같은 상승폭은 지난 2013년 3월(11p) 이후 최대다. 내수기업(79)도 2p 올랐다. 

제조업 경영애로 사항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상황의 비중이 24.7%로 가장 높고, 내수부진(15.4%)과 수출부진(12.5%)이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환율이 7.7%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4월(8.8%)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수출부진, 내수부진 비율은 전월 대비 각각 0.6%p, 1.9%p 하락했지만, 환율 비중은 전월에 비해 1.5%p 상승했다. 그만큼 환율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지만,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에 대한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며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언급한 것과 배치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37.7원(종가기준)이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 대선 당선이 유력해지자 다음날 1128.2원으로 떨어졌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값이 비싸지면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난 18일 원·달러 환율이 1103원대에서 마감하며 29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다음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도한 환율의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제든 적극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3을 기록했다. 건설업(9p), 정보통신업(8p), 도소매업(3p)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4p 상승했다. 다음달 업황전망 BSI는 72로 전월대비 3p 올랐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팀장은 "기업 심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며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글로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이뤄져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시행(19일)과 2단계 실시 확정(22일) 및 시행(24일)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비제조업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타격이 다음달 뒤늦게 반영될 수 있다. 

기업심리지수에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3.2p 상승한 89.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95.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4.0p 오른 85.3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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