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국, 미국의 스승이 되라
[홍승희 칼럼] 한국, 미국의 스승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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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은 포스트 아메리카를 노리며 차기 패권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가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이 트럼프는 매우 거칠게 동맹국들에게까지 미국을 따라오라 협박하며 홀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었다면 바이든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차분한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할 뿐 목표를 향한 미국사회의 집중이 흐트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에는 미국 혼자 중국을 몰아세우는 듯했으나 이제 와서는 점차 중국이 전 세계의 공적으로 화해가는 양상이다. 주변 모든 나라들과 끊임없는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한 개발지원을 명목으로 한 자원수탈 등 100여 년 전 서구 자본주의에 중국이 당했던 피해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산업은 글로벌화 시키면서 내부적으로는 소수민족 인권문제 등에서 전혀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산당 집권 초기보다 소수민족 문화말살정책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3 이상을 갖고 있는 인구대국에 국토면적 또한 세계에서 가장 넓어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택한 이후 불과 40년 만에 세계 2위의 군사강국에 오르고 경제적 급성장으로 인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형성하면서 기고만장하고 있다. 강대국이 되면 어느 나라든 약소국들 앞에서 고압적 자세가 절로 나오는 모양이지만 중국은 특히 시진핑 집권기에 들면서 그 힘의 과시가 빈번한 정도를 넘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런 중국에 대해 미국이 그간에는 단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중국을 발등에 떨어진 불 정도로 인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미국 대통령이 누구 되었든 대 중국 압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은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첨단산업이 중국의 스파이활동에 활용된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동지나해에서는 중국의 해상활동이 무역로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한다는 명분으로 무력시위 등을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표방하고 미`중 수교 당시 미국이 스스로 받아들였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천명하고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이를 빌미로 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별달리 관심이 없던 트럼프 정부에서조차 위구르 인권탄압은 도를 지나친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에 나설 태세를 보이며 그간 독자적인 언어생활을 허용했던 중국내 소수민족의 언어교육을 막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 반응은 물론 바이든 시대가 오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표면적이고 공식적인 미국 정부의 반응과 행동이 다는 아닐 것이다. 지금 소수민족들이 벌이는 시위나 각종 집단행동에 미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런데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이 되면서 전 세계에서 많은 물자지원도 하고 군사지원도 하며 미국의 지도력을 위한 투자라 할지라도 나름 많은 혜택을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 국민들이 그만큼 고마워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소통되지 못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 미국에게 한국은 이제 미국이 아시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실상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당 부분도 한국 정부로부터 얻는 정보들이 오락가락한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이미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고 일방적으로 눈치 보며 끌려 다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원하는 것을 나누는 관계로 진전돼 나갈 때가 됐다. 물론 그렇다고 힘의 격차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역할을 찾아나서야 한다.

누구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자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저들의 스승이기를 자처하고 또 함께하기를 원하는 저들에게 적극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는 하고자 하는 역할과 얻고자 하는 대가를 적극적으로 밝히며 거래할 수 있는 위치에는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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