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안 하면 손해"···규제가 부른 '로또 청약' 광풍
[초점] "안 하면 손해"···규제가 부른 '로또 청약'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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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이 청약 통장 가입···수급불균형의 악순환
4인 가구 만점(69점)도 탈락···실수요자엔 '희망고문'
수도권 신규 분양단지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단지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수도권 신규 분양단지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단지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청약 경쟁률이 수백, 수천대 일에 달하는 것은 물론 최저 당첨 가점이 70점대까지 치솟는 등 최근 수도권 일대 청약시장은 말 그대로 '광풍'이다. 공급은 줄고 집값이 급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당첨되면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청약시장으로 몰려든 탓이다. 특히,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 실수요자들의 경우 '신혼부부 특공' 등으로 당첨을 기대하며 청약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의 주택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총 2681만285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50만명이 늘어난 수치며 국내 전체 가구수(2034만가구)보다도 많다. 특히 가입자 수가 국내 인구(약 5200만명)의 51.8%를 차지하는 등 인구 절반이 청약 통장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2600만에 달하는 청약 가입자들은 수도권 분양시장에 광풍을 불어넣으며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최근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하남 감일지구 아파트 분양 당첨자 발표 결과, 과천에는 3개 단지에서만 47만여명이 몰렸고, 하남 1개 단지에는 무려 11만여명이 1순위 청약에 나섰다. 이들 단지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청약 가점에서 4인 가구 만점자(69점)도 탈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보다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저렴하게 책정됐다. 때문에 당첨 가점이 최소 70점대에 도달해야 안정권일 정도로 높은 경쟁에도 대부분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청약 지원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상한제로 민간 분양 공급은 줄어든 데 반해 저금리 기조에 3기 신도시 분양 대기 수요, 특공·생애최초 등 유형이 확대되면서 수요는 늘었다.

문제는 수요·공급의 비대칭이 내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 초까지 세종·위례 등지에서도 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 물량이 대거 예정돼 있다. 북위례권역에서 1600여가구 공급은 물론 세종에서는 연말께 4600여가구 규모의 물량이 분양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공공분양으로 진행된다. 이외에도 공공택지 내 조성되는 민간 분양도 적지 않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단지 입지·상품성에 따라 비교적 실수요자인지 또는 투기 수요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라면서도 "상한제가 적용된 이후로는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분양이 성행하다 보니 무조건 넣고 보자는 분위기로 변했다. 내년 주요 입지 공공분양을 고려하면 과열 양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라고 말했다.

때문에 신혼부부 등의 일반적인 2030세대의 젊은 수요층에서는 '로또아파트'에 당첨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희망고문'의 연속이기가 십상이다. 청약 가점 항목은 △무주택 기간(최대 32점) △부양가족 수(최대 35점) △청약통장 납입기간(최대 17점) 등으로 구성되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결혼연령대가 높고 가족을 부양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규제·통제가 늘어날수록 공급은 줄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당첨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각종 규제 정책 등 분양시장의 과도한 줄세우기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이는 전월세 가격 부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분양시장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수도권 내에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이 예사인 것과 달리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곳곳에서 미분양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83곳 가운데 16곳(20%)에서는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대부분 중견·중소 건설사 등이 분양에 나서고 지방에 위치한 사업지들로 대현 건설사 브랜드 선호 현상과 맞물려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청약제도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추첨제 비중 확대 △특별공급·일반공급 비율 조정 △채권입찰제 도입 등이 거론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기조를 틀고 새로운 제도를 꺼내들지 않는 이상 상한제가 도입된 현 시점에서는 어떤 대책도 (당첨자) 변별력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면서 "현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면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 분양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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