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10조원 넘게 늘어 10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2004년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은 증가세다. 집값, 전세값 폭등으로 전세대출을 비롯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추석 연휴 소비자금 등 계절적 요인으로 기타대출도 큰 폭 증가한 영향이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은행 가계대출은 10조6000억원 늘어 9월(9조6000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7조2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컸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10월중 역대 최대 증가 규모다. 월별 기준으로는 지난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6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6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10월 증가액 기준으로 주담대는 2015년 10월(6조9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했다. 한은은 주택 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고 봤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대출은 3조원 늘어 9월(3조5000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세대출은 지난 3달연속 3조원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전세거래가 축소되더라도 전세가격 상승분을 확보하려는 대출 수요가 있어 전세자금 대출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은행 측면에서도 전세자금 대출을 꾸준히 취급하려는 부분이 있어 두 부분이 맞물리며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3조8000억원 늘어 한 달 전(3조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같은달 기준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이다. 전세 관련 자금을 일부 신용대출로 활용한 데다, 10월 중 빅히트엔터 공모주 청약 등과 관련된 자금수요, 추석 연휴 소비자금 결제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은행 기업대출 증가 규모도 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5조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같은달 기준 2015년 10월(9조3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8조2000억원 늘어 한 달 전(7조3000억원)보다 증가액이 커졌다. 중소기업 대출은 10월 기준 속보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했다.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부가가치세 납부 관련 자금 수요로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말 재무관리 노력으로 일시상환했던 대출을 재취급한 데 따라 지난 9월 2조3000억원 감소에서 지난달 1조원 증가전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