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추고 상장 미루고···'빅히트 쇼크'에 IPO 시장 위축
공모가 낮추고 상장 미루고···'빅히트 쇼크'에 IPO 시장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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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논란' 빅히트, 상장 후 57%↓···예비 상장사, '몸값' 하향·규모 축소
하반기 '대어' 교촌 내달 상장···시장 활기 불어넣을지 관심 집중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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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높은 기대와 달리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하자, 시장이 급격히 냉각하고 있다. 빅히트의 고평가 논란을 의식하듯 공모가를 낮춰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가 하면, 상장 자체를 미루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는 전장 대비 8500원(5.92%) 오른 1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난 15일 상장 직후 잠시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에 직행했던 가격 35만1000원과 비교해 56.7% 급락했다. 이에 공모가(13만5000원)와의 간극도 11.2%에 불과해졌다.

상장 후 14거래일간 나흘을 제외하고 줄곧 내리막을 탔다. 12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5조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코스피 시장 시총 순위도 19위에서 47위로 내려앉았다. 청약에서 증거금을 58조원 이상 끌어모으며 공모주 열풍을 주도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행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시장 풀리면서 주가 급락을 야기했다. 빅히트가 상장 후 시종일관 실망스러운 주가 흐름을 이어가자, 증시 신규 입성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신중하게 IPO에 나서고 있다.  

미생물진단 전문 기업 퀀타매트릭스는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재추진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를 종전 2만1200원~2만6500원에서 1만9700원~2만55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모 주식도 322만500주에서 170만7000만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바이오기업 클리노믹스도 지난달 26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900원~1만3900원으로 정했다. 기존 1만2800원~1만6300원에서  14.8%가량 낮춘 수준이다. 공모 주식 역시 228만8000주에서 197만2323주로 축소하면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도 이달 17~18일로 미뤘다. 

빅히트가 고평가 논란이 잇따르면서 예비 상장사들은 몸값을 낮춰 증시에 다시 출사표를 내미는 것이다. 빅히트는 공모가 산정 당시 비교기업으로 엔터기업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를 선정했다.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사업을 이유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하면서 공모가가 같은 업계 주가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 

이외에 티앤엘과 포인트모바일, 고바이오랩 등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상장 일정을 2~3주가량 늦추기로 결정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 이에 증권신고서 정정 건수는 10월에만 3건으로, 7~9월(6건)의 절반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기업가치 대비 과대 책정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빅히트 주가가 줄곧 부진하면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 몸사리는 모습"이라며 "'거품 논란'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공모가 잣대를 깐깐히 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반기 IPO가 차질을 빚으면서 시장 위축이 우려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상장 예정인 주요 기업들에 시선을 모은다. 이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 최초로 상장하는 교촌에프앤비가 공모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비 상장사로 주목 받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전날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23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서 1109개에 달하는 기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99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 들어간 뒤, 내달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저렴한 공모가에 더해 최근 우호적 업황과 실적 등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2156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거뒀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3.8% 성장률을 기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치킨 프렌차이즈 기업 중 매출액 1위 업체로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양적·질적 성장과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 진출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정된 공모가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박주영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는 적정한데,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취하기보단 향후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요인들을 체크해야 한다"며 "캐파 확장이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신사업은 숫자로 보여지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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