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활용성 UP"···은행권, 캐릭터 '외부 수혈'
"대중성·활용성 UP"···은행권, 캐릭터 '외부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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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銀-무민·우리銀-유미의 세포들 '콜라보'
(사진=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2030세대로부터 인기가 많은 캐릭터를 상품에 접목하는 '캐릭터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은행권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자체 캐릭터보다는 사용료를 내고 대중성 높은 유명 캐릭터를 수혈하는 데 열심이다. 해당 캐릭터의 팬을 끌어오는 한편 젊고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이달 핀란드 글로벌 캐릭터 무민(MOOMIN) 디자인을 입힌 'IBK 무민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하얗고 하마를 닮은 무민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만화 캐릭터로, 동화 시리즈 이후 만화, TV 시리즈를 통해 유명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덕에 은행권에서는 단골손님 중 하나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7년 무민과 제휴를 맺고 이벤트 대상 적금에 가입한 고객에게 '무민 저금통'을 증정한 바 있다.

IBK기업은행은 무민을 항균필름으로 바이러스나 세균 전파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체크카드에 접목시켰다. IBK 무민 체크카드는 △커피전문점 10% 할인 △소셜커머스(쿠팡·티몬·위메프) 10% 할인 △영화관 4000원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올해 말까지 무민 75주년 특별전·무민카페홍대·무민랜드제주 입장 시 10~30% 현장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적금 상품에 네이버웹툰의 인기 연재작 '유미의 세포들' 캐릭터를 내세웠다. 지난 5일 출시한 '우리 200일 적금'은 우리WON뱅킹에서 웹툰 방식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이 적금은 상품 소개 및 가입단계에 유미의 세포들 웹툰 캐릭터가 등장하며, 특정일 경과 시마다 축하 캐릭터가 제공된다. 200일짜리 가입기간 동안 적금과 우리은행 오픈뱅킹을 유지하면 최대 2.3%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펭수 캐릭터를 입힌 '펭수통장'을 내놓기도 했다. EBS가 만든 캐릭터 펭수는 남극에서 온 210cm 자이언트 펭귄이다. 이 통장은 캐릭터 인기에 힘입어 출시한 후 5일 만에 2600매가 발급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자체 캐릭터가 아니라 유명 캐릭터를 수혈하는 것은 키덜트(Kidult·어린이+어른)를 겨냥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친근하면서도 팬층이 두꺼운 캐릭터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취지인 셈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캐릭터 마케팅은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어디든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유명 광고 모델보다 대중성과 주목도가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효과 대비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은 아무리 이미지가 좋아도 사생활 리스크가 있지만, 캐릭터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활용도도 높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마니아층이 많이 찾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캐릭터 모시기'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색 마케팅으로 주목도를 높이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인기 캐릭터 앞에 줄을 서기보다는 자체 캐릭터의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캐릭터와의 협업이 많아질수록 자칫 캐릭터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는 '브랜드 희석화'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북극곰 '쏠', 두더지 '몰리', 공룡 '리노' 등을, 우리은행은 꿀벌 캐릭터 '위비', KB국민은행은 '리브' 등 캐릭터를 자체 개발했지만 비교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가 많이 활용되면 희소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면서 "상품, 기업 이미지와 캐릭터의 적합성도 잘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팬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체 캐릭터에 기업의 가치를 녹여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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