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토지보상금 유치' 나섰지만···"금리 낮은 탓 한계↑"
은행권 '토지보상금 유치' 나섰지만···"금리 낮은 탓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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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전문가 내세워 '맞춤형 컨설팅' 전략
전문가들 "파격적인 금리 제시 없이는 유치 힘들다"
3기 신도시 입지로 새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 창릉동 일대.(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 창릉동 일대.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까지 50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큰손'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유치전이 뜨겁다. 주요 시중은행에선 금융권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골치 아픈 세금 문제부터 증여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보상금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토지보상금 전용상품은 자취를 감춘 데다 초저금리 상황 속 은행이 제시할 수 있는 금리가 제한적이어서, 상담만으로는 자금을 유치하는 데 힘에 부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12일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전국에서 토지보상금 49조2125억원이 풀릴 전망이다. 이 중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도시개발 지구 등 117곳에서 45조7125억원의 토지보상금이 지급된다. 특히 수도권에선 전체 보상금의 90%에 달하는 40조5859억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토지보상이 본격화됐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 왕숙과 과천시 과천에 대한 토지보상계획공고가 나갔으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선 내년 상반기 중 토지보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토지보상에 앞서 벌써부터 신경전이 한창이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 은행의 고객 유치 전략 키워드는 '밀착 마크'다.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꾸려 맞춤형 원스톱 컨설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토지보상지원반을 운영 중이다. 3기 신도시 토지보상 관련 전담 조직에만 9명의 인력을 배치했는데, 세무와 부동산, 금융 전문직원이 1대1 고객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객이 전문 컨설팅을 요구하면 직접 방문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내놓았다.

왼쪽부터 양용화 부동산자문센터장(공인중개사)과 최지유 차장(감정평가사), 김재현 과장(공인회계사), 김대경 차장(세무사), 박정국 상속증여센터장(세무사), 김영훈 자산관리지원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br>
하나은행은 지난달 25일 '하나 토지보상 드림팀'을 출범했다. 왼쪽부터 양용화 부동산자문센터장(공인중개사)과 최지유 차장(감정평가사), 김재현 과장(공인회계사), 김대경 차장(세무사), 박정국 상속증여센터장(세무사), 김영훈 자산관리지원팀장.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전문가들을 내세워 홍보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하나 토지보상 드림팀'에 세무사, 감정평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12명의 전문가를, 농협은행은 '토지보상 서포터즈'에 부동산, 세무 전문가 등 20명을 투입했다. 이들을 통해 토지보상 관련 내용은 물론, 자금 자산 운용과 상속 및 증여까지 상담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은행 내 WM투자자문부와 KB금융그룹 WM스타자문단을 활용키로 했으며,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PWM센터를 통해 '토지보상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양도가액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준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토지보상은 금액이 크다 보니 고객 대부분 증여와 상속까지 같이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적지 않은 만큼,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고민도 적지 않다. 올 8월 기준으로 은행 정기 예금과 정기 적금 금리가 각각 0.8%, 1.17%를 기록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금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흔히 등장했던 토지보상 전용 고금리 특판상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토지보상금을 맡길 수 있는 전용상품이나 기존 상품에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큰손들이 혹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토지보상금이 한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탓에 예적금으로 돈을 넣어두려는 고객이 많지 않다"면서 "전략을 '원스톱 컨설팅'으로 잡긴 했지만, 우대금리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통상적으로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가 적정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도 은행들이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은행에 자금을 묶어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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