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의 '뚝심·승부수'···배터리 사업 접자는 의견에도
구광모 LG 회장의 '뚝심·승부수'···배터리 사업 접자는 의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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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사업 20년 '줄기차게'
고(故) 구본무 전 회장 인사이트 이어받아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부터 20여년간 이어진 투자의 결실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 성과를 토대로 세계 1위 에너지 솔루션 기업에 도전한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17일 LG화학에 따르면 배터리 개발은 1990년대 초 구본무 전 회장이 부회장일 당시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 배터리를 접한 뒤 계열사인 럭키금속에 연구를 지시한 때부터 시작된다.

1997년 LG화학이 럭키금속의 연구를 이어받아 파일럿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당장 양산에 이를 정도의 품질을 갖추진 못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전지 대량 생산을 시작했고, 2001년에는 노트북용 2200mAh급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소형배터리에서 성과를 보였다.

LG화학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뛰어든 건 2000년부터다. 그 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소형배터리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전이었고, 전기차도 이제 막 태동하던 시기라 불확실성이 컸다. 

급기야 2005년 즈음 배터리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자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꼭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이후 LG화학은 2007년 현대 HEV(아반떼), 2009년 미국 GM 볼트(Volt)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LG화학은 2009년 충북 오창, 2010년 미국 미시간 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후 매년 투자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R&D) 투자 중 배터리분야 비중은 30%, 시설 투자 금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흑자를 내기 시작한건 올해 2분기가 처음이었다. 2018년 4분기 '반짝'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올해 들어서야 만들어졌다.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 20여년이 걸린 셈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전기차 배터리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는 현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이날 배터리부문의 분사를 발표했다.

매년 3조원 이상 시설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공고히 하고,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신설법인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주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업 구조 재편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 회장의 철학이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LG측은 "전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유연·독립적 의사 결정과 조직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영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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