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탄 '영끌·빚투'···당국 경고에도 신용대출 증가폭 최대
막차 탄 '영끌·빚투'···당국 경고에도 신용대출 증가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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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신용대출 4조↑···신용대출 관리 '묘안' 없어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한 달 만에 4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유례없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대출 리스크를 점검하겠다던 금융당국의 경고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과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20조2043억원) 대비 4조704억원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의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신용대출 증가폭(2조8374억원)도 두 달 만에 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증가폭이 1조631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 1조520억원 △우리은행 7199억원 △NH농협은행 6310억원 △하나은행 6045억원 순이었다.

신용대출 급증세를 두고는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흘러갔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잇단 고강도 대책에 앞으로 주택 구매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이른바 '영끌'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저금리 기조에 신용대출 금리가 이례적으로 낮아진 것도 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로 주담대(연 2.03~4.27%)보다 낮았다. 통상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금리 역전현상은 매우 드문 경우다. 최근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 '빚투' 열풍 또한 이같은 저금리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구두경고'를 날린 것이 오히려 신용대출 급증에 불을 지폈다는 시각도 있다.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막차'에 올라타려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다만, 유례없는 신용대출 급증세와 당국 경고에도 은행들이 먼저 대출 관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기 어려운 데다 규제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은행에서 거절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 차원의 DSR 규제 강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사실상 신용대출 급증세를 관리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용처를 증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디로 흘러갔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며 "고객이 정당하게 신청한 대출인데 저희가 나서서 이 자금이 부동산에 투자될 것 같으니 안된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신청 이후에 신청하는 신용대출에 대해 DSR 비율을 낮춘다든가 하는 식으로 당국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면 은행이 먼저 고객이 신청한 신용대출을 제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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