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직원 76억 '셀프대출'···내부통제 '허점'
기업銀 직원 76억 '셀프대출'···내부통제 '허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간 가족명의 회사에 76억 대출
"재발방지 위해 내부시스템 보완"
IBK기업은행 본점 맞은 편에 있는 IBK파이낸스타워(왼쪽 신본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행해 31일 폐쇄됐다.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본점(왼쪽)과 구본점 (사진=IBK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발생한 '셀프대출' 사건의 핵심은 부당 대출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내부 시스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직원이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가족명의 회사에 7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내주면서 사적인 이득을 취했음에도 이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1일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까지 서울의 한 IBK기업은행 지점에서 근무한 A씨는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신의 가족명의로 총 29건의 부동산담보대출을 실행했다.

총 대출금은 약 75억7000만원이다. A씨의 모친, 부인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곳에 총 26건, 73억3000만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개인사업자에는 모두 3건, 2억4000만원의 대출이 나갔다. 대출금은 경기도 화성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부천의 연립주택 등 부동산 29채를 구입하는데 사용됐다.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직원 개인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발견한 IBK기업은행은 A씨에 대해 면직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IBK기업은행은 "면직 처분을 내린 가장 큰 사유는 '이해상충행위 금지 위반'"이라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이 가족에게 직접 대출해줄 수 없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가족 셀프대출' 자체보단 A씨가 4년간 7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허술하게 받을 수 있었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IBK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내 은행들은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직원이 본인 가족들에게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없도록 권한을 제한하거나 준법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가족 대상 대출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은행원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이 해당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문제가 되는 대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단순히 가족에게 직접 대출을 해줬다는 이유만으로는 직원에게 면직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며 "분명 해당 직원이 가족명의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허술하거나 위법한 행위가 있었던 게 발각됐을텐데, 그 부분이 절차상에서 일찍 발견되지 못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IBK기업은행도 A씨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출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다는 비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