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2차 재난지원금 논란 유감
[홍승희 칼럼] 2차 재난지원금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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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일단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는 모습이지만 지원규모나 지원 대상을 두고 여야 간은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견들이 부딪치는 상황이다.

논란의 원인은 일단 재난지원금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는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로 대상 축소를 제안하는 듯하다.

재난지원금을 복지 차원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대상 축소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필두로 한 전국민 지급을 요구하는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복지 아닌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관한 공식 보고서는 10월 중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이미 지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여러 정황들로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전면적인 사회 봉쇄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감소해 불안하던 많은 가계가 재난지원금으로 버텨냈다는 사실을 유추할 근거들이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과 국경봉쇄 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국면에서 한국경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냈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적절한 시기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현금으로 지급했거나 사용시한을 정하지 않았다면 불안한 가계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촉진했고 그로 인해 경기침체를 막아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즉, 재난지원금은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는 마중물 노릇을 충실히 했다는 점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펌프프라임 폴리시 즉 유수정책을 경제 관료들도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재부가 재정적자 확대를 걱정하지만 이는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 TV드라마를 통해 경주 최부자네 며느리 선발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내용이 실화인지 아닌지는 필자로서 알 길은 없지만 적어도 전승된 얘기를 바탕으로 삼았음직한 스토리였기에 여기 소개해 보겠다. 특히 기재부에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이미 부자로 소문난 최부자 집에서 유력가문들과 혼맥을 맺을 수도 있었을 텐데 며느리 선발테스트를 선언한다. 쌀 한말만을 주고 두 달간 지내면 며느리를 삼겠다는 것이다. 그 집엔 하인과 하녀들도 있는 데 쌀 한말로 버티는 것은 물론 말도 안되는 조건이다.

이런 조건에 도전했던 많은 처녀들은 무조건 절약하고 버티는 방식을 택하지만 모두 배고픔을 못 이겨 중도하차한다. 그런데 마지막 후보는 일단 그 쌀로 모두 밥을 지어 다 같이 배부르게 먹자고 제안한다. 하인과 하녀들이 걱정하며 말려보지만 그 젊은 아가씨는 배고프면 일 할 수 없다며 일단 배부르게 먹고 일감을 찾아보자고 한다.

그렇게 하녀들을 시켜 바느질거리 등 일감을 찾아오게 하며 잘 먹으며 부지런히 일한 결과 두 달이 지났을 때는 당초 주어졌던 쌀보다 더 많은 쌀을 남기며 미션을 완수한다. 그리고 당연히 최씨 집안 며느리로 선택된다.

지금 재정적자가 늘 것을 걱정하는 기재부의 걱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국가 재정은 흑자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안전하게 이끌어가는 데 중점을 둬야 마땅하다. 물론 지금의 팬데믹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 할 요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경기가 급격히 추락할 경우 회복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이 가장 좋은 나라이니 지나친 걱정으로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여론을 빙자해 정부 정책에 어깃장 놓는 충고들은 일단 무시하라고 권하고 싶다.

정부 관계자나 정치권 여당 일부에게 어린 시절 읽었음직한 우화 ‘팔려가는 당나귀’를 떠올려보길 권한다. 이 말 저 말 다 듣다보면 본령에서 멀어지며 실패한다는 그 충고를 되새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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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m 2020-08-30 07:34:35
이런 글이 포탈 메인에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