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공급대책] 전문가들 "마른수건 짜내듯, 강력한 시그널···시장 안정화는 '글쎄'"
[8.4공급대책] 전문가들 "마른수건 짜내듯, 강력한 시그널···시장 안정화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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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많은 공급물량을 뽑아냈다고 평가했다. 마른 수건을 짜내듯 분명하게 공급 규모는 확대됐으며, 이를 통해 시장을 향한 강력한 공급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실제 공급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수천조의 유동자금,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커진 상황에도 대부분의 물량이 공공임대·분양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수요에 따른 임대차 시장의 불안 요소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세부 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정부는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및 서울시와 함께 13만여가구의 추가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신규택지 확보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택지 13만호를 추가로 발굴하고, 오는 2028년까지 8년동안 총 26만호 이상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추가공급 물량이 업계에서 예상한 10만호를 웃도는 수준이라면서 정부 정책 실현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이를 통해 주택구입 불안심리를 낮추고 3040세대의 '패닉 바잉'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초 예상되던 공급물량 10만호보다 많은 수치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 물량"이라면서 "앞선 6.17, 7.10 부동산 대책 등 대출 문턱, 세금·가격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무리하게 매매에 뛰어드는 대신 청약 대기 수요로 갈아타면서 거래량 감소 및 숨고르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가공급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향후 실제로 택지가 조성되고 주택이 공급되는 시기는 최소 2~3년 뒤인 점을 고려한다면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으며, 시장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 또한 많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과 공공의 공급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 아쉽고, 누적된 주택 매수 대기수요와 비교하면 공급량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단기간 관망세에 접어들 수 있으나, 대기 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시장의 불안 요소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순수택지개발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재개발·재건축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이 예정된 지구를 포함해 공공 재개발·재건축이 향후 축소될 경우 공급량은 줄어들 수 있다"라며 "연차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5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여파는 생각처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획 물량 중 상당수가 공공임대 물량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아쉽다는 대목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현재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단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불안 등의 이유로 늦게라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준실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상당수가 공공임대·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분양 전환이 되지 않는 공공임대는 사실상 내 집 마련으로 보기 어려워 패닉 바잉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구 과밀화, 인프라 미비, 주거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을 해소시킬 수 있는 '교통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수요가 충분한 도심 내 공급을 늘리는 것이 맞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정주환경 및 도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고밀도에 따른 주거지역 일조권 침해는 물론 기존 도로망이 저밀도로 구축된 구도심에 맞춰진 상황에서 주택 수만 늘어난다면 일대 교통 마비는 피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자금이 흘러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필요가 있으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 랩장은 "저금리 장기화 및 3000조에 달하는 부동자금의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등 대토 및 채권 보상 확대로 제도적 진입문턱을 높여야 한다"면서 "2021년 사전예약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등 택지조성과 주택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수요자들의 공급 체감이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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