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인하로 실효하한(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에 다다른 기준금리를 더 낮춘다면 외국인 자금이탈, 부동산 쏠림, 금융불균형 등 부작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자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p '빅컷'해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어 지난 5월 다시 0.25%p 내려 연 0.50% 역대 최저치로 운용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동결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답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외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0.50%로 기준금리를 낮추며 "실효하한이라는 건 주요국의 금리,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 인하로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한국의 기준금리는 자본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금리보다 높게 가져가는 것이 정석이다. 현재 미국(0.00~0.25%)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0.50%p다. 미국이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더 낮추지 않는 이상 한은의 인하 여력도 바닥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여기서 금리가 더 내려가면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더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외국인 자금이탈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집값 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정부와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묶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양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주택시장은 민감한 이슈"라며 "한은으로 하여금 5월 금리인하 정책 효과의 관망이라는 명분을 주며, 일시적으로 정책 동결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까지 앞둔 만큼 8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전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달초 국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을 통과시켰다. 지난 3월 1차 추경(11조7000억원), 4월 2차 추경(12조2000억원)에 이은 세 번째 추경이다. 1년에 세 번이나 추경을 결정하는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0%대에 진입한 저금리로 주식 청약 과열,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일부 자산으로의 자금쏠림 우려가 높아졌다"며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금융불균형 우려 확대는 추가적인 완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윤제 금통위원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난 주식을 모두 처분해 이번 금통위에 참석, 금리결정에 표를 던졌다.
앞서 조 위원은 5월 28일 금통위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보유 주식과 관련해 스스로 제척(사안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직무 집행에서 배제)을 신청했고 금통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제척 사유가 발생해 금통위원이 회의에 불참한 것은 조 위원이 처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