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북한을 어찌하나
[홍승희 칼럼] 북한을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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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투브 등에서 지도 한 장이 떠돌고 있다. 북한이 붕괴됐을 때 주변국들이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지를 그린 시나리오다.

중국이 출처라고도 하고 미 국방부 기밀문서였다고도 하나 필자로서는 확인해 본바가 아니어서 그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 다만 지도상으로만 보자면 중국 쪽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한다.

그 지도에서 대한민국의 지분은 거의 없다. 분명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땅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일본마저 그 분할 대열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게 실제로 어느 특정국가가 그려낸 시나리오라면 한국인으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힌 얘기다.

북한 붕괴시 중국이 북한 영토를 편입시키기 위한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 정부 공식발표는 아니지만 중국 매체나 온라인상에서 종종 한반도를 역사상 자국 영토라고 직접 주장하거나 암시하는 글들은 드물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이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시기에서조차 평양에서 배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던 북한에서 지금 평양시민 민생부터 챙기기 시작했다는 북한발 소식이 나오고 있다.

평양까지 민생문제가 대두될 정도라면 북한 전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북한 집권층의 가장 확실한 지지기반이 바로 평양이기에 모든 우선순위가 평양에 집중되는 북한의 특성을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느닷없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라는 쇼를 한판 벌인 것도 그만큼 지금 북한 사정이 다급하다는 SOS신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신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중국이었다.

폭파사건이 있고 며칠 뒤 중국은 서둘러 북한에 80만 톤의 식량과 의약품 등을 보냈다. 코로나19에 대비한다고 초반부터 국경봉쇄에 나섰던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물자 조달길이 막히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고 그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중국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북아일랜드 문제가 오랫동안 영국의 골칫거리였던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면 아일랜드 대기근 시절 영국정부가 이를 방치 혹은 외면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영국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결국 분리독립 요구로 발전해 나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통일이 너무 먼 얘기라는 생각에 북한 영토에 대해서도 매우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물론 평균 신장에서부터 확연히 차이 날만큼 영양실태가 부실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당장의 인도주의적 지원 못지않게 통일 이후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을 때의 이질감을 줄여나갈 한민족 공동체 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해진 시그널이 자꾸 뜨고 있다.

미국은 북미회담을 성사시켜 주려는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을 빌미로 갖고 놀려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한국 정부가 주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자꾸 제동을 걸고 나선다. 물론 그 뒤에서는 남북 평화진전에 딴지를 걸며 뒷공작하는 일본이 있다지만 결국 미국이 스스로 나서서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북미회담 중재에 서둘러 나서고 있지만 만약 이번에도 미국이 이제까지처럼 북한이 수용할 수도 없는 ‘리비아식 모델’ 따위를 들먹이며 다급한 북한 약올리기만 계속하려 들면 한국 정부는 미국을 잠시 제껴 두고라도 대북 지원을 서둘러 나서야 한다. 북한 땅을 소위 6자회담 당사국이라고 설치며 숟가락 얹고 나서는 나라들이 제멋대로 북한 영토 나눠먹기를 하도록 구경만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북한이 어느 정도 남한과의 경제 격차를 줄이면서 인적 교류를 늘려나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통일이 살길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북한이 붕괴됐을 경우에 대한 우리의 시나리오도 분명히 준비하고 헌법상 영토가 외세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대북 지원은 그래서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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