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신혼부부, 1억원으로 8억원 아파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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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사기대출...은행 거래 막힐수도
사진=모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사진=모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 결혼을 약속한 김서울씨와 이금융씨는 최근 서울시 모처에 8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먼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존 세입자가 전세계약 만기로 나가는 시점에 신랑인 김씨가 현금 1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3억원 받아 4억원을 마련했다. 이후 신부인 이씨가 김씨와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8억원 아파트의 전세보증한도는 최대 4억원.

두 사람이 1억원으로 7억원을 대출을 받아 아파트 매매계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매매금액의 40%로 제한되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의 80%까지 연 2%대 저리로 빌릴 수 있다. 여기에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와 실거주자를 확인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의 허점을 이용했다.

혼인신고나 전입신고를 하면 대출을 유지할 수 없는 점이 문제였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은행에 이자만 내고, 주택담보대출 3억원에 대한 돈만 갚아 가면 됐다. 다 합쳐도 월 100만원 정도였다. 이후 집 값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훨씬 많다는 게 두 사람의 결론이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요즘 성행한다는 신혼부부들 내 집 마련 수단'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내 집 마련 꿈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글에 나온 대출 방법과 주택매매가 아직까지 가능한지를 두고 네티즌들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25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혼인신고하지 않은 예비 신혼부부가 소득기준, 신용등급, LTV 등 대출 자격조건을 다 갖췄을 때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관계자들은 "은행이 실제로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하지 않고, 전입신고 등본 같은 서류로 대출 여건을 파악하기 때문에 지금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지급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주택 소유주에게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이 있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고 언질은 한다"면서도 "대출자가 괜찮다고 하면 돈이 나간다. 향후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할 때도 혼인신고나 세대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쪽에선 '인생을 건 베팅'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런 대출을 잡아낸 적이 있다는 B은행 관계자는 "걸리면 끝장이다"면서 "사기 대출로 분류돼 금융권 신용정보 기록에 남으면 앞으로 은행 대출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모 은행에서는 막힌 방법이다. 국세청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주택 구입자에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동으로 미혼남녀 1000명(만 19~34세)에게 신혼집 마련에 대한 인식을 묻자 '결혼보다 신혼집 마련이 먼저'라고 생각한 답변이 절반(53.3%)을 넘었다. 신혼부부들이 집 장만 앞에선 편법이나 인생을 건 베팅도 마다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쓸쓸한 자화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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