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등 떠밀린 정유사들···'脫석유·디지털' 행보
코로나에 등 떠밀린 정유사들···'脫석유·디지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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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석유산업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등과 맞물려 '탈(脫) 석유'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에너지산업의 구조적인 변화, 코로나19 등 최근 위기 상황을 동시에 극복할 방안 중 하나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 부각되면서 정유사들은 전략 수립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에너지는 조경목 사장 주재로 전사 본부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월간 회의에서 △디지털 O/E(Operational Excellency) △디지털 그린 △디지털 플랫폼 등 디지털 전환 관련 3대 추진방향을 확정했다. 석유정제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친환경‧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구조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최근 위기 상황은 통상적 수준의 변화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당면한 위기를 본질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일반적으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전소를 비롯해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장치산업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접목시켜 체질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석유 컨퍼런스에서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타 산업에 비해 정유업은 해외에서도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일부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적용 속도를 토대로 크게 4단계로 분류했다. 

첫 번째 단계는 디지털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태(Stuck in the legacy)로 최소한만 활용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일부 기능에 디지털이 적용되거나 테스트를 실시하는 단계(Digital founding and early automation)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BP와 엑손모빌, 쉘 등이 이 단계에 포함된다. 세 번째 단계는 디지털화를 적극 추구하며, 포괄적인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Digital applied to E2E processes)다. 이는 현재 지역 정유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 중심 정제공정이 완벽하게 이뤄진 단계다. 

김 파트너는 "서유럽에 거점을 둔 중남미 선도기업 R사와 지중해 로컬기업인 S사의 디지털화 전략을 비교해 보면 R사는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큰 목표를 세운 반면 S사의 경우 기존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단기 턴어라운드를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양사가 디지털화를 추구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실현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고급 모니터링 시스템'과 '페르소나 인공지능(Persona AI)'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실현될 시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 주유 성향 분석을 통해 맞춤형 주문 혹은 프로모션 제공 등이 가능해진다.

국내 정유사들의 디지털 혁신도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다. 우선 SK에너지는 울산CLX의 공정‧설비 경쟁력과 생산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O/E'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2017년 울산CLX 일부 공정에 도입했던 스마트 플랜트(Smart Plant)를 전 공정으로 확대 적용한다. 물류 영역에도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스마트 물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친환경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공장 폐수 재처리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워터 솔루션', 2027년부터 오염물질 배출 감축 의무가 적용될 예정인 항공유 시장에 대비해 '바이오 항공(B-Aviation) 플랫폼' 구축 등도 검토한다. 또 자동차 관련 모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올인원 자동차 케어 플랫폼(All-In-One Car Care Platform)'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여수공장 등 주요 사업장에 네이버 클라우드를 도입한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등을 통한 신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GS칼텍스 사업장에 네이버 클라우드 활용 △기업용 메신저 '라인웍스'를 활용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업무 영역에 AI 서비스 도입 등 에너지 사업에 활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을 개발한다. 상반기 중 네이버 클라우드에 전기차 충전·결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테스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KT와 손잡고 이달 말까지 '기가 체인 BaaS(GiGA Chain BaaS)'라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2500여곳의 주유소와 충전소, 다수의 법인 거래처 등이 해당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축이 완료되면 종이 형태의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계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계약서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고, 계약 이력 데이터 관리 등이 가능해져 계약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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