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슈퍼' 비둘기 "한은 인플레 파이터 명성, 이제는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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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이일형 위원 "떠나는 자는 말 없어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조동철·신인석·이일형 금통위원이 20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금통위원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조 위원과 신 위원은 마지막까지 금리를 낮추고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행동하는 중앙은행이 돼 줄 것을 당부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조 위원은 이임사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 온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 한은의 명성이 혹시 이제는 극복해야 할 유산(Legacy)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만적성인 저물가·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인플레 파이터)에서 벗어나 물가를 목표치에 올리도록 채비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례없는 경제적 충격을 타개 하기위해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연 0.75%)인 지금보다 더 낮추고 발권력을 활용한 돈 풀기를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조 위원은 "발권력은 절대 남용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작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중앙은행의 권위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로 다져진 지적 리더십과 이에 기반한 정책수행을 통해 획득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신 위원은 "이제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중앙은행론(論)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환경이 크게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 변화한 환경에 맞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코로나19가 경제환경에는 생산, 성장률, 고용, 물가 등 많은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변동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기존에 해오던 전통적인 수단 외에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 및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위원의 이임사는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는 조 위원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 위원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때 여러 차례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혀왔다.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금통위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이 위원은 "떠날 때는 말없이 조용히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담담하게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금통위 회의시 발언과 스테이트먼트(statement)를 통해서 여러번 이야기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위원의 후임으로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주미대사),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추천됐다. 고승범 위원은 연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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