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종자본증권 상환 대신 연장?···투자자들 '노심초사'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상환 대신 연장?···투자자들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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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채권발행 시장 여건 악화
콜옵션 행사 위안 차환 발행 녹록지 않아...투자자들 자금 회수 차질 우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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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기일을 앞둔 은행들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BNK금융지주가 지난 2015년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이 다음달 말부터 콜옵션 행사 기일을 맞는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다음달 29일과 오는 11월 6일까지 각각 800억원, 15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15년 6월 10일 5597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우리은행도 오는 6월 10일 콜옵션 행사 기일이 도래한다. 

BNK금융지주는 오는 6월 24일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과 두달 뒤인 8월 31일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 행사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콜옵션 도래 신종자본증권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콜옵션 도래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지난 1월 101달러에서 지난달 중순 99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시장에서 해당 금융사들이 기존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차환발행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채 등 회사채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확대되면서 발행 여건이 악화됐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했을 때 금융사는 △상환 △차환발행 △콜옵션 미행사(연장)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자금 여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발행사는 상환을 선택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결국 대출인 만큼 그에 따른 이자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차환발행을 선택하는 경우다. 차환발행이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2015년 당시보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수요만 충분하다면 차환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 올해 콜옵션 행사 기일을 앞둔 하나금융지주·우리은행·BNK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금리(2015년 기준)는 3.952~5.00%다. 이에 반해 최근 시중은행들이 발행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2~3%대로 결정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나 채권 수요 문제를 당연히 고려해야 겠지만 일단 지금은 금리가 처음 발행했을 때보다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상환했다가 다시 발행하는, 차환발행을 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돼 차환발행이 잘 이뤄질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실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던 지난 2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33억원으로 1월 5500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자금 조달 시장이 위축된 것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최근 각국 감독당국들이 자본확충이나 유보를 강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콜옵션 미행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장에서는 세 번째 선택지인 콜옵션 미행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시장 악화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스텝업금리(콜옵션 미행사 시 적용되는 가산금리)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콜옵션 미행사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텝업 금리는 통상적으로 국채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시점에 정한다. 은행권이 대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2015년경과 비교해 현재는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져, 스텝업 금리 자체가 낮다. 발행사인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게 오히려 더 유리한 상황인 반면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자금이 묶일 우려가 생긴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IB)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국채 금리 및 자본조달 시장 여건을 감안해 은행들이 콜옵션 행사를 선택하지 않는 실리적 선택을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는 투자기관들은 신종자본증권이 영구채거나 만기가 길다 보니까 보통 콜옵션 행사 기일을 만기로 생각하고 투자를 하는건데, 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시기에 원금 회수가 안 된다는 의미"라며 "은행에서 콜옵션을 하지 않는 경우 차환이 어려워서 콜을 안 하는 것이냐 이런 식의 안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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