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여전채 매입 '뒷전'···돈줄 막힌 여전업계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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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시장보다 호조건 어려워"···고금리 부담
"상환유예 목표액 감안 결정" 단서···'그림의 떡'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본격 시작했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이하 여전채) 매입은 뒷전으로 밀려나 채안펀드에 기대를 걸었던 여신전문회사(여전사)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금융당국이 시장보다 좋은 조건의 금리로 매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인데다, 매입을 하더라도 '여전사가 제시한 원리금 상환유예 목표금액'에 준해서 그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앞날을 기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지난 6일 롯데푸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 일부를 낙찰받았다. 롯데푸드는 약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금리)에 30bp(1bp=0.01%p)를 더한 수준에서 발행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지난 2일 채안펀드 가동을 앞두고 한 차례 미뤄진 여전채 매입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민평금리(한국자산평가·KIS채권평가·나이스채권평가에서 산정한 채권가격 평균) 수준을 기대했던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채안펀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여전채 발행 길이 막힌 여전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채안펀드가 고금리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채안펀드 목적 자체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긴급하게 유동성을 제공해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건데 금리를 높이는 건 장사를 하겠다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여전사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 1월 말 2조2250억원에서 2월 4304억원, 3월 2410억원으로 급감했다.

시장에서 중·저신용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여전사들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만기 예정인 기타금융채의 규모만 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계기업에서 AA등급까지도 차환이 원활하지 않은 양상을 보였고, 크레딧 거래도 힘들어졌다"며 "크레딧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여전채와 기업어음(CP)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스프레드가 상승하고 단기 CP 발행 금리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여전채 매입을 둘러싼 시장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채안펀드를 떠나서 여전채 자체가 발행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은 계속 물리고 있고, 회사채 차환 자금도 필요해 정말 유동성에 문제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유동성 문제가 생겨 금융사들이 그 충격을 받게 되면 시장 자체에 혼란이 올 수 있는 건데 정부에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위는 7일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금융부문 대응현황' 자료를 통해 여전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채안펀드 등을 통한 지원 규모를 '여전사가 제시한 원리금 상환유예 목표금액' 등을 감안해 정하기로 했다. 여전사가 코로나 피해 차주에 금융지원을 한 만큼만 정부도 자금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월 7일부터 3월 30일까지 카드사가 코로나 피해 차주에 제공한 금융지원은 600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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