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중앙회의 은행장 선임 개입 투명한가
[기자수첩] 농협중앙회의 은행장 선임 개입 투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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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병환 농협금융 경영기획부분장을 농협은행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농협금융은 20일 임추위를 개최해 자격검증과 인터뷰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내정이나 다름없는 '단독후보'를 먼저 추천한 뒤 '자격검증'을 하겠다고 한다. 일반적인 채용절차에서는 수차례의 면접이 이뤄진 뒤 평가를 거쳐 '단독후보'가 결정되는데 거꾸로 된 것이다.

뭔가 잘못됐나 싶어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에 은행장 선임 절차를 확인했으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절차와 동일했다.

다만 이번의 경우 숏리스트 단계에서 적합한 후보자가 한 명밖에 없어 단독후보로 결정했다고 농협금융은 설명했다.

이 쯤에서 일반적인 CEO 절차를 한 번 살펴보자.

가장 최근 행장 선임이 이뤄졌던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 내·외부의 인사들을 추천받아 롱리스트를 구성하고, 수차례 회의를 열어 세 명의 후보군(숏리스트)을 결정했다.

임추위는 이후 후보들의 은행 운영에 대한 계획과 1대 1 면담 등을 진행한 뒤 평가를 점수화하고 이를 토대로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를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농협은행장 선임 절차는 우리은행과 같은 치열한 경쟁을 하진 못하더라도 숏리스트에 넣을 후보마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하더라도 10여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오는 20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던 이사회가 최종 회의도 없이 '단독' 후보를 내세운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금융권에서는 이번 일의 배후에 농협중앙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말 선거를 통해 뽑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농협금융 내 계열사 대표들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빈 자린 자기 사람으로 채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가 금산법 적용을 안받고 금융사업을 하면서도 특수한 상황임을 인정한다 해도 은행장 인선 절차의 투명성은 비단 기자뿐 아니라 이미 금융권 안팎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권력을 등에 업고 정해진 절차와 인사권자의 종합적인 의견을 뛰어넘어 선임된다면 공정과 투명의 원칙을 저버린 셈이다. 

은행장 선임절차도 임직원 채용처럼 투명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질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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