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여러모로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업계를 비롯,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불안과 공포를 날려줄',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물건이 있다면 어떨까? 마치 '한 줄기 빛'과도 같을 것이다.
"접촉, 공기 중으로 전염돼 마스크로도 막지 못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000 공기청정기는 음이온으로 몸을 보호하여 미세먼지, 바이러스를 막아줍니다", "000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싸, 단백질을 파괴하여, 무력화시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온라인 과장광고 사례다. 앞서 지난 8일 공정위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불안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증가했다고 보고, 관련 부당광고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공정위는 온라인 광고 중 45개 사업자의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제품 53개 광고가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시정 조치토록 했다. 현재 법위반 혐의가 있는 53개 광고 중 40건에 대해 시정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공정위는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식품 및 의약외품(보건용마스크, 손소독제) 관련 부당광고에 대해서도 사업자의 신속한 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공기청정기를 비롯, 가습기·의류관리기 등 가전제품 업체들의 홍보자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바이러스'다. 자사 제품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 확인되지 않은 이 문구들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구매욕구를 이끌어 내는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된다.
실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1, 2월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작년과 올해 1~2월 '공기 청정기'라는 키워드로 온라인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월과 2월 정보량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22%, 140%나 늘어났다.
위기 상황 속에서 가짜뉴스만큼이나 '공포 마케팅'이 활개를 친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 불안∙공포 등 사람들 내면의 약점을 이용한 광고가 범람한다. 특히 '정보의 바다'인 온라인 상에선 더욱 그렇다. 던지는 메시지가 자극적이고 강력할수록 이른바 '더 잘 먹히는' 광고가 된다.
물론 대량의 선택지와 정보가 있는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불가피하다.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그렇다. 다만 위기 상황 속에서 소비자의 부정적 감정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 '잘 먹히는' '잘 팔리는' 광고가 되고, 주목받는 현실은 씁쓸하다. 정도를 지키는 광고가 경쟁력을 잃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