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교훈
[홍승희 칼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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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르신들은 "아기들은 한번 아프고 나면 재주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생명이 위험한 심각한 질병만 아니라면 앓는 것도 성장의 일부로 이해한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에 닥친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사회는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많은 고난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착실히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

요즘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문제도 결국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근래 중국발 전염병들이 대개 동아시아 지역에서 퍼지다 수그러들곤 했으나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20세기 초의 스페인독감 이후 근 100년 만에 처음으로 전세계적 확산세(팬데믹)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이번 전염병도 초기에는 근래의 여타 전염병들처럼 국지적으로 번지다 말 것으로 여긴 국가들이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각국의 초기 대응이 민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국은 발빠른 국가적 대응으로 처음엔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오며 세계적인 경계를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는 한국의 빠른 검사시스템으로 빨리 환자를 발견했기 때문임을 깨닫고 뒤늦게 대처에 나선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검사키트 등에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관심이 선회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의 선진 방역시스템 뿐만 아니라 선진 의료산업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IT산업의 빠른 성장만 두드러져 보였던 한국이 그런 IT기술을 기반으로 이번과 같은 전염병에 대응할 검사키트 생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됐다.

이는 그동안 몇차례에 걸친 중국발 전염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방역시스템과 의료산업이 성장하게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일단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지만 그 못지않게 한국의 최대교역국이 중국인 관계로 인적교류가 매우 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중국발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적응한 결과다.

꽤나 역설적이지만 앞으로도 한국은 여러 이유로 중국발 전염병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등에 대응하며 관련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도전과 응전이라는 표현을 이런 상황에 대입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수 야당에서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을 입국금지 시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사람들의 국적을 보면 압도적으로 한국인이 많고 중국인은 그 중 10% 남짓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전염병이 국적을 따져 퍼져나가는 것이 아닌 바에는 중국인만 가려서 입국금지 시킨다고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그보다는 입출국자에 대한 철저한 검사에 더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많은 나라 사람들에 대해 입국금지를 시키면서 오히려 미국 경제에 타격이 가기 시작했다. 뉴욕증시는 즉시 폭락을 보이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적 경제공황이 오는 게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리먼브라더스 때와 같은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꽤 폭넓게 지지를 받고 있다.

국경간 인적 교류를 막는 행위는 전염병 차단에는 큰 효과가 없는 대신 경제적 흐름을 막는 데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전세계 경제에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생각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전염병이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이런 사태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다. 이는 인류 앞에 새로운 과제가 던져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로벌시대의 전염병은 국경을 봉쇄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각국의 인적, 물적 교류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될 수 없는 규모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로 긴밀한 협력과 정직한 정보소통을 통해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다. 지금 WTO가 자금 지원국가들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이런 공동 극복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 과제를 잘 풀어나가면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전염병은 물론 세계 경제의 흐름을 가로막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경제전쟁과 같이 경제순환에 반하는 갈등들 역시 줄여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번과 같은 국가주의적 고집들이 충돌할 경우 매우 사소한 질병 하나로도 인류는 자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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