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리포트] 에너지전환은 시대적 흐름···"거시적 관점에서 봐야"
[SF 리포트] 에너지전환은 시대적 흐름···"거시적 관점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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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생존'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은?
세계 각 지역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미란다 슈로이어 교수 강의자료)
세계 각 지역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미란다 슈로이어 뮌헨공대 교수 강의자료)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기후위기와 맞물려 인류 생존과도 직결된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은 이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미래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기술 개발에 분주한 모양새다. 적자생존 원칙은 에너지 부문에도 적용된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가운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에너지도 종(種)에 따라 '적자생존'

지난달 말 열린 국제대전력망협의회(시그레·CIGRE) 한국위원회의 올해 정기총회에서 최재석 한국전기학회 회장은 '에너지전환 시대의 특징과 현안 문제'라는 주제로 인류 진화와 에너지 진화의 유사점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정책과는 별개로 각 에너지원에 각인된 DNA에 따라 생존과 도태를 반복한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에너지는 도태를, 환경에 적응하는 에너지는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그레는 1921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된 국제기술협의체다. 전 세계 92개국의 전력회사와 전력기기 기업, 대학‧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1979년 한국에서도 시그레 한국위원회가 설립됐다. 현재 한국전력과 LS산전,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이사 회원으로 있다. 

최 교수는 에너지원 생존 조건으로 첫 번째는 청정, 두 번째의 인류 생존 위협 여부를 들었다. 그는 "이전에는 비용만 저렴하다면 주에너지원으로 이용됐다"면서 "석탄화력의 경우 미세먼지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자력발전은 방사능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교수는 에너지원의 '복원력(Resilience)'과 유연성을 강조했다. 복원력이란 사고로 인한 충격 발생 후 사회 시스템의 회복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전력계통도 동일하다는 것. 그는 "1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백악관 주도로 '대형 사고(사고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시 인류가 멸망할 수준의 사고)'를 연구하고 있는데 현지 전력회사 경영진들의 관심도 높다"며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무총리실 주도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이하의 정전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5일 이상의 정전의 경우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보고있다"며 "5일 이상의 정전 상황에서도 어떻게 생존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유연성이 제시된다. 미국의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는 에너지원의 유연성 높이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배터리와 양수발전을 비롯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꼽고 있다. 최 교수는 "양수의 경우 독일, 스위스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스위스에서 개발 중인 양수발전기는 1분 이내로 양수 양발이 가능하다"면서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두산중공업 등 국내기업들도 현 시점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70년께 핵융합발전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약 50년 동안은 재생에너지에 의존해야 한다"며 "간헐성, 공급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시스템'의 민주화

최근 에너지전환포럼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란다 슈로이어 독일 뮌헨공대 교수는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까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독일의 석탄위원회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에너지전환을 설명했다. 슈로이어 교수는 "독일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에너지시스템의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시민들은 싱크탱크 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규제와 전력망연계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의 '그린 뉴딜' 담론은 △2050년 기후 중립 △순환경제(2030년 수소를 사용한 청정철강‧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재생에너지와 배터리의 조합 등) 달성 △건물 개보수율 2~3배 향상 △100만 그루 나무 심기 △지속가능한 농업 △수송 부문의 탄소 절감 △화석연료 전환에 따른 공정전환기금 설립 △탄소 국경세 등을 골자로 한다. 

앞서 독일 정부는 '성장, 구조적 변화 및 고용에 관한 위원회'를 설립했는데 이른바 '석탄위원회'로 불린다. 슈로이어 교수는 "해당 위원회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를 공정하게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석탄산업 종사자와 소비자단체, 환경단체를 비롯해 보수‧진보 성향의 정치인도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로이어 교수에 따르면 석탄위원회는 이르면 2035년까지, 늦어도 2038년까지는 독일 내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400억유로로 추산된다. 해당 금액에는 발전소 주변 지역과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도 포함됐지만 일부 시민·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들은 일부 기금이 대기업 보상의 성격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오염발생자 부담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사회 변혁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이라며 "기술적인 전환에만 초첨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정책혁신, 시장혁신, 사회혁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에너지효율 개선도 에너지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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