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격차 해소 방안
[전문가 기고]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격차 해소 방안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부연구위원
  • shkim@cerik.re.kr
  • 승인 2020.02.14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부연구위원

전방위 부동산 대책이라 일컬어지는 12·16방안이 나온 지도 어느덧 3개월차에 접어들었다. 근자에 주택시장이 완곡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기준으로 볼 때 정부에서 의도한 것처럼 시장 안정화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 같다.

12·16방안이 이렇듯 빠르게 시장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계절적 요인도 있었겠지만, 금융·세제·거래질서·공급수단 등 주요 시장 부문을 모두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장이 불안해지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 역시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된다.

다만 12·16방안에서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면은 공급부문에 대한 대책이다. 시장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의 추진을 통해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중 64.3%가 아파트로 이주하기를 원했다. 아파트 거주자의 90% 이상이 재차 아파트를 선택할 것으로 응답했을 뿐만 아니라 다세대주택 거주자 중 44.3%, 단독주택 거주자의 38.1%도 다음 거주지로 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기준으로 아파트에 대한 시장 선호를 좀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시장의 선호를 보다 명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서 발표한 아파트의 경과연수 별 3.3㎡당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1월 대비 2019년 10월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준공한지 1년 내지 5년차 신축아파트(84.4%)였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61.5%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축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선호를 파악할 수 있겠다.

이렇듯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 정비사업에 대한 심의절차 단축을 지원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준공업지역에 대한 소규모정비 및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활성화를 제시하며 도심 내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역설하였다. 이 조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던 기존 정비사업에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라는 점에서 반길 만하다. 하지만 2018년 발표된 9·13 대책과 그 이후 이어진 30만호에 달하는 수도권 공급신호를 냈음에도 서울 집값이 2019년 들어 재차 상승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해 가격 재상승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쉽게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본 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공급 측면에서 바라보면 서울 도심 내 공급이 3만9000호 수준으로 수량 자체가 적었다는 것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수량 뿐만 아니라 단지의 규모도 작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즉 현재 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비교적 높은 대단지 구성과는 차이를 보였다.

향후에도 이러한 공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사그라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정부와 시장의 공급전망 수치가 서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 작년과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택 공급은 연간 7만 3000호 내지 8만 2000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 아파트 공급은 4만 3000호 내지 4만 9000호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의 조사결과는 사뭇 다르다. 부동산 114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2020년 공급예정 물량은 약 4만 2000호, 2021년 예정 물량은 약 2만 2000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서울시에서 제안한 수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번째로 최근 서울의 가구 증가분 대비 주택 증가분이 더 적다는 점 역시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은 인구 1000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가구 수는 오히려 늘어나 거주 공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2015년 이후부터는 서울에서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선호 상품인 아파트 공급 비중이 적어진 것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아파트 공급 비중은 2012년 40.1%로 떨어진 이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56.4%로 다소 회복하기는 했지만 2005~2011년 평균인 70%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주택 소비자들의 선호가 아파트에 뚜렷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종합해볼 때 시장에서 선호하는 주택 유형은 바로 '서울 내 신축 아파트'이다. 현재 법적인 틀과 향후 압축적인 공간활용을 도모하고 녹지를 보전다는 측면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이러한 유형을 공급할 방안은 도시정비사업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되, 정비사업 전후의 가격 상승에 대한 촘촘한 규제를 통해 사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아울러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서는 준공업지역에서의 공급도 중요하겠지만 도심 내 저이용 시설을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수요계층별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