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활황' 증권업···올해 성장 변수는?
7년째 '활황' 증권업···올해 성장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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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남궁영진 기자] 2013년 이후 해마다 성장을 달성해 온 증권업계가 경자년인 2020년에도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투자은행(IB) 영업의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면서 증권업계의 관심은 올해 성장세 지속 여부에 쏠려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56곳의 지난해 순이익 추이는 1분기 1조4567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분기 1조3840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3분기에는 9889억원으로 1조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증권업계의 분기당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사상 최대치를 찍은 이후 2018년 대비 성장세는 유지하면서도 그 속도는 둔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연간 단위로 비교할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의 누적순이익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 연간 이익치를 뛰어넘으며 또다시 연간기준 신기록 행진을 이미 확정했다. 

특히 투자은행(IB) 사업 분야에 성장 전략을 집중한 증권사들이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영업이익이 2018년 연간 영업이익치 대비 121%에 달하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키움증권(113%), 메리츠종금증권(111%), KB증권(108%), 한국투자증권(105%) 등도 가파른 이익 성장을 달성했다. 

계절적 비수기였던 지난해 4분기에는 증권업계의 이익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중형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증권업에 대해 "브로커리지, IB, 상품운용, 순이자마진 등 주요 영업 부문이 지난해 3분기부터 전분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4분기 역시 실적이 더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관계자 역시 "4분기는 IB 영역이 비수기라는 점에서 큰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글로벌 증시가 되살아나며 리테일 등 다른 사업 부분이 예상보다 선방함으로써 IB 사업 실적 부진을 상쇄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증권업계의 IB 부문 이익은 소폭 성장에 그칠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증권업계의 IB 수수료가 지난해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PF 부문의 채무보증 및 미매각 자산이 증가하며 증권업계의 올해 전반적인 투자규모는 제한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이 증권사는 예상했다. 증권사들의 리스크관리 강화 필요성도 한층 더 높아지는 한해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의 영업에서 자본투자형으로 사업 중심을 변화하며 채무보증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 △글로벌 대체투자 선호 현상으로 IB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은 증권업계의 IB 성장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선제적 자본확충에 성공한 초대형IB(자본금 4조원 이상)와 비교해 자본금이 1조~4조원 사이에 머무르고 있는 중형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로인한 신용평가사들의 증권사들에 대한 등급평가 기준에도 변화가 생길지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대체투자 등 IB사업 속도를 높이면서 증권사들의 NCR(순자본비율) 위험액이 동반 증가했고,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에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적용하고 있는 NCR 기준상으로는 국내 대부분 증권사들이 500%를 넘어서며 아직 건전한 상태지만, 최근 들어 투자 자산의 부실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신평사들은 '구NCR' 적용을 검토중이다. 

NCR은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사들이 투자 자산의 위험노출액 대비 얼마나 많은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신평사들이 증권사들에 대해 적용 검토중인 구NCR의 경우 위험노출액(총위험액) 규모가 지표상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현재 금감원의 감독 기준인 NCR보다 사실상 더 엄격하다.

구NCR을 적용할 경우, 증권사가 자본확충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IB업무를 확대하면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게 된다. 신평사들이 구NCR을 도입할 경우 증권사들의 회사채(증권채) 발행을 통한 운용자금 확보에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미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한 초대형IB와 비교해 올해 중형증권사들의 경영적 판단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의 경우 3분기 NCR이 417%로 떨어지며 투자 여력이 대폭 줄었다. IB 부문에서 급성장을 보이긴 했지만 이로인해 NCR 하락 속도도 높아졌고 기존 주력 업무였던 자산관리(WM), 위탁매매(리테일) 트레이딩 실적은 후퇴했다. NCR을 개선을 통해 IB부문 투자여력을 높이는 한편 WM 등 기존 주력업무 실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할 숙제가 남았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7년물을 비롯 총 3000억원의 공모채 발행으로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신평사들이 구NCR을 적용할 경우 앞으로의 자금 확충 여건이 달라질 우려가 있다. 

대신증권 이외에도 지난해 교보증권(4000억원), 한화투자증권(2500억원), SK증권(900억원) 등 중형증권사들 역시 자본확충을 위한 공모채 발행에 적극 나섰다. 한동안 시들했던 증권채가 오랜만에 공모 시장에 출현하며 눈길을 끈 이유는 리스크관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IB 확대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증권업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 승부수에 있어 기업 관련 수수료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공개(IPO) 관련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대형 IPO가 적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SK바이오팜, CJ헬스케어, 현대카드, 태광실업, 카카오 계열사 등 대형 IPO가 줄 서 있다.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진행할 채권발행(DCM) 및 인수합병(M&A) 관련, 증권사들이 얼마나 기회를 잡을지도 실적 성장 여부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국내 산업 역시 급변하고 있고, 특색 있는 종합 기업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증권사들이 얼마나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실적 성장면에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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