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위 조합'···정비사업 건설사 교체 잇따라
'시공사 위 조합'···정비사업 건설사 교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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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우위 시장 형성 갈등 커져···무리한 요구에 유찰 속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전국 주요 정비사업장들에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정비사업 위축으로 일감이 줄면서 시공사 위로 올라선 조합이 입맛에 따라 건설사를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현장이 잇따르면서 사업이 멈춰서는 현장이 늘고 있다. 

최근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공사 범위 항목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 대상자, 시공사 지위를 취소했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월 조합에서 제기한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을 법원에서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내리며 시공사 자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10월 현대산업개발과의 결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합장과 임원진들이 새롭게 선출됐고, 23일 열린 임시 총회에서 취소 안건이 통과되면서 시공사 자격을 내놔야만 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조합과의 강대강 대치 구도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내용 없지만 법적 맞대응에 나서는 등 강경하게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풍향구역에서도 시공사 선정 이후 한 달여 만에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전체 사업비 규모가 1조원이 넘다보니 과정에서부터 이미 무리한 설계 및 홍보로 몸살을 앓았다. 더욱이 지난달 초 포스코건설로 시공사 선정이 결정된 이후 선정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 조합원 매수 의혹과 홍보 지침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찰이 관련 내용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은13구역 재개발의 경우 시공사 선정 한 달여 만에 라인건설과 결별했다. 해당 사업지는 이주가 80% 이상 진행돼 철거를 앞둔 상황이었지만, 마감재 선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으면서 라인건설 대신 1군 건설사를 유치하기 위해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보문5구역 조합은 지난 8월 호반건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현대산업개발로 시공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조합의 시공사 교체가 잇따르는 이유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 따른 신규사업장 가뭄으로 조합우위의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정비사업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합원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의 정부 규제는 물론, 주요 사업 무대인 서울시에서도 임대주택 건립 또는 층수·디자인 등을 강요하는 지자체 규제가 이어진다.

규제 영향 탓에 정비사업 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으며, 물량 역시 감소하는 등 건설사들은 수주고를 한 건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조합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합 측에서 건설사에 입찰 참여를 부탁하고는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면서 "현재는 상황이 어떻든간에 조합이 '갑'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합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것을 이용해 조합 측이 무리한 요구를 내놓으며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신반포21차 재건축의 경우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는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조합이 요구하는 설계, 마감 등 공사 조건에 비해 예정 공사비가 너무 낮아 시공사 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남3구역 역시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규모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아 대우건설과 SK건설은 발을 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설계·공사비 변경 등 시공사에 무리한 요구를 강행해 문제가 불거지는 사업장 들이 여럿 있다"면서 "이런 지나친 요구는 비용은 비용대로 발생하고 사업은 되레 소송전에 따른 장기간 표류로 이어지면서 사업 진행에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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