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내 외화 전달이 불법?···O2O환전 '제2 타다' 논란
공항 내 외화 전달이 불법?···O2O환전 '제2 타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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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업계 "온라인서 모든 영업 끝나···영업 아냐"
인천공항공사 "공항 내 불법 영업···규정에 따라야"
기재·국토부 "공항과 사업자가 판단하고 해결할 일"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추석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을 위해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이용 꿀팁'을 4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3층에 위치한 면세구역 전경. (사진=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3층에 위치한 면세구역 전경. (사진=인천국제공항)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온라인에서 환전한 외화를 직원이 출국장 앞에서 전달해 준다면 이는 과연 영업행위일까?

머릿속에 떠오른 답에 따라 'O2O환전서비스'는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제2의 타다'가 될 수도 있다.

관련 주무부처인 정책당국은 해결은 커녕 탁상행정만 벌이며 한 발 물러나있다.

20일 핀테크 업권 등에 따르면 O2O환전업체와 인천공항공사는 환전한 외화를 공항 내에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두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O2O환전서비스는 환전업자가 웹사이트·앱 등 비대면으로 환전 신청을 받아 고객의 원화를 외화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환전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핀테크 업권에서는 눈여겨 볼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O2O환전업체는 정보보안시스템만 확보하면 오프라인 영업장이 없어도 고객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2000달러 이내에서 환전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전업체는 고객에게 직접 외화를 갖다주면서 신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기재부는 O2O환전업체를 통해 고객들이 공항·면세점 등 약속된 장소에서 환전대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예시까지 들었다.

현실은 달랐다. 인천공항공사는 O2O환전서비스를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막아버렸다.

이 과정에서 A업체는 공항 측의 단속을 피해다니며 고객들에게 외화를 전달해야 했고, 배송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업체는 결국 '직접 전달 방식'을 축소하고 공항 인근 환전소와 공항 내 입점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을 진행했으나 이용자가 줄어들었고 사업이 축소되면서 서비스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A업체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환전 서비스를 했다"며 "이 점 때문에 공항 폐쇄회로(CC)TV에 계속 포착됐고 공항 내 입점한 은행들도 서비스에 반발해 공항 측의 제지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른 O2O환전업체들은 직원에게 유니폼 대신 평상복을 입히고 계속 공항과 환전소를 오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모든 영업이 이뤄진 뒤 공항에서는 전달만 하고 있다"며 "이를 영업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으며 공항 측이 막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공항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시설법 제56조 6항에 의거 공항시설 내에서는 승인 없이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며 "O2O환전서비스는 일종의 영업행위인만큼 공항시설 내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이 공공시설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O2O 환전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너무 많으면 오히려 공항 이용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관련 규정에 따라 사업자를 적절히 선정해서 서비스를 균형적으로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측 판단대로라면 공항에서 이뤄지는 O2O서비스는 모두 불법 행위이며, 단속대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의 사업 분야를 초월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지만 공항에서는 법 개정 없이는 몰래 서비스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입점한 사업자들과 공개입찰 경쟁을 해야 한다. 공항에 입점하는 사업자는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A업체가 영업을 계속 하기 위해 공항에 승인신청을 했으나 공항이 '미승인'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환전서비스의 경우 공항 입점 은행들은 120억원~208억원 규모의 돈을 내고 낙찰받았다.

최근까지 논란이 이어지는 '타다' 사태와 유사하다.

타다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빌리면 운전사가 함께 배차돼 목적지까지 이용자를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승차거부가 없고, 서비스가 기존 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택시 운전자들은 생계를 위협한다며 타다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고 청원했고, 일부에서는 분신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켜만 보다가 타다 출범 1년, 이용자 100만명이 넘은 상황에야 '택시제도 개편방안·여객법 개정안 가안' 등을 내놓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카카오T 벤티와 비교하며 타다에 택시면허를 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O2O환전서비스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탁상행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O2O환전서비스 사업을 열어준 기재부는 오히려 공항에서 영업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역할은 O2O환전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규제를 완화하고 인가를 내주는 부분까지"라며 "실제 영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업자들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공항에서 영업하라고 장소를 지정한 것은 아니며 공항철도 등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사업 방식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항 측이 O2O환전서비스를 영업이라고 판단한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공항시설법을 담당하는 국토부는 O2O서비스의 영업은 법을 실행하는 공항공사 측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또 논란 부분에 대한 규제 완화 여부는 사업자가 규제 샌드박스 등을 신청하게 되면 그 때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해당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하면 의견을 청취한 후 제반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해보겠다"며 "공항과 사업자 양쪽의 의견을 먼저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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