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트남에 뿌리 내린 롯데 유통 DNA
[르포] 베트남에 뿌리 내린 롯데 유통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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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마트·면세점 찾아가보니 K-푸드·뷰티 홍보대사 노릇 톡톡
롯데마트 다낭점.(사진=박지수 기자)

[베트남 다낭=박지수 기자] "신 짜오(안녕하세요)."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 다낭에 자리한 롯데마트를 지난 6일 찾았다. 직원들은 아오자이를 입고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공항에서 바로 온 듯 보이는 손님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 롯데마트 다낭점은 환전하거나 짐을 맡길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롯데마트 다낭점은 롯데리아(1층), 패션·서점·액세서리(2층), 가전·신선·주방용품(3층), 냉동·가공식품(4층), 롯데시네마·푸드코트(5층) 등으로 이뤄졌다.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춰 가족 놀이공간으로 점포를 꾸민 것이다. 주차장은 오토바이 112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이날 롯데마트 다낭점에서 만난 30대 부부는 엘리베이터에서 갈라섰다. 아빠는 "내가 아이 돌볼 게. 자기는 가서 장 봐"라며 아내와 헤어져 아이를 데리고 5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들어서니 계산대마다 손님들이 줄을 서 정산을 기다렸다. 100여명 손님 중 절반가량은 한국인이었다. 30%는 현지인, 나머지는 미국,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처럼 보였다. 한 60대 미국인은 "다낭에선 이 곳이 필수코스라고 들었다. 지인들을 위해 커피, 말린 망고 등을 샀다"며 웃었다.

현지인들에겐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L)인 초이스엘(choice L) 상품이 인기였다. 한 20대 여성은 초이스엘 감자칩을 골랐다. 그는 "짜지 않고 담백한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점포 곳곳에서 한국어 안내판이 눈에 띈다. 썬크림, 여행가방, 모기약 등이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행사장에선 '말린망고 100g 다섯 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준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롯데주류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을 집어가는 현지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처음처럼과 함께 안주용으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스낵'을 골랐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 지난 5년간 연평균 28%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판매량은 약 300만병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처음처럼뿐 아니라 다른 한국 식품(케이푸드)도 베트남에서 인기였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나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30대 주부 전소연씨는 바나나맛우유 한 개를 집어 들었다. 한국에서처럼 항아리(단지) 모양이 아니라 팩에 담겨 있었다. 빙그레 쪽은 "유통기한 때문"이라며 "멸균제품의 경우 10주간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고른 손님은 "비슷한 제품이 많지만 이 게 제일 맛있다"며 세 상자를 카트에 담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995년 베트남에 처음 수출됐다. 이젠 베트남에서 국민간식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베트남 내 오리온 초코파이 매출은 920억원. 이는 전년보다 15% 증가한 실적이자 지난해 한국 내 오리온 초코파이 매출 830억원을 앞지른 수치다. 

한국 아이스크림도 인기다. 롯데마트 다낭점에선 빙그레의 '붕어싸만코'와 '투게더', 롯데제과의 '가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 잘 팔렸다. 빙그레는 2004년부터 베트남에 수출 중인데, 최근 3년간 현지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44%에 이른다. 특히 붕어싸만코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절반가량이 붕어싸만코에서 나왔을 정도다.

커피 코너에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적힌 띠를 두른 직원이 한국어로 손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줬다. 한 직원은 "콘삭커피와 G7커피가 특히 인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과 가격을 한국어로 알려줬다. 

과일 코너도 손님들로 붐볐다. 계산대에는 배송 서비스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롯데마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피드 L(엘)'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호텔까지 보내준다. 

롯데면세점 다낭공항점 출국장 면세점 화장품 판매코너에 손님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사진=박지수 기자)
롯데면세점 다낭공항점 출국장 면세점 화장품 판매코너에 손님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사진=박지수 기자)

이튿날 찾은 롯데면세점 다낭공항점(출국장 면세점)도 현지인들이 많았다. 화장품 코너엔 70명이 넘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숨37도'가 인기였다. 한 베트남인은 들어서자마자 "송혜교 화장품 주세요"라며 설화수 제품을 찾았다. 그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재밌게 봤다"면서 "한국 화장품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귀띔했다.

술·담배 매장 역시 손님들로 북적였다. 술·담배 매장에선 KT&G의 '에쎄'가 많이 팔렸다. 한 남성은 에쎄 한 보루에 25달러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가족 여권을 이용해 세 보루를 더 샀다. 선물용으로 양손 가득 와인을 고른 손님도 여럿 보였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다낭공항점은 출국장(974㎡)과 입국장(117㎡)을 합쳐 총 1091㎡(330평) 규모다. 출국장에서 술·담배, 화장품, 시계, 액세서리 등을 입국장에선 술·담배, 화장품, 비치웨어 등을 판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사업에 힘을 기울인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베트남을 찾아 현지 사업을 챙겼다. 신 회장은 당시 베트남 내 롯데마트 사업 확장을 주문하는 등 현지 소매시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롯데는 1990년대 베트남에 발을 디뎠다. 현재 식품·외식·유통·서비스를 아울러 16개 계열사가 진출한 상태다. 현지 임직원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롯데는 베트남 주요 도시에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아오자이를 본떠 지상 63층짜리 '롯데센터 하노이'를 지었고, 호찌민 투티엠 지구에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5만여㎡ 부지에 들어설 에코스마트시티는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호텔, 사무·주거시설 등으로 이뤄진다. 하노이 상업지구에도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하노이'를 지을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9월 기준 베트남에서 1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까지 베트남 내 점포를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2분기 롯데마트의 베트남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 87.5% 늘었다. 

롯데면세점의 베트남 내 실적도 호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다낭공항점 매출이 전년 대비 35%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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