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안방'된 한국증시 이대로 괜찮은가 ?
외국인 '안방'된 한국증시 이대로 괜찮은가 ?
  • 임상연
  • 승인 2003.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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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주식 37.5% 보유 사상최대 시장 영향력 막강
국내 유수기업 경영권 위협...국내자금 유인책 시급.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홈그라운드’로 전락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월말 현재 상장주식 전체 시가총액의 37.5%(111조527억원)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증시 주요 투자자로서의 위치를 넘어 이제는 지수 조정을 통한 차익은 물론 대량 주식 매집으로 국내 유수기업들을 삼키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는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국내 기관 및 개인자금의 증시 유입등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외국인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이 속출하고 이는 곧 경제전반에 불안감을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거대 공룡’ 외국인

증권거래소 상장 주식과 코스닥시장 등록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자본시장 개방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말 현재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은 전체 시가총액의 37.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6월 35.6%(시가총액 98조8346억원)에서 한달새 1.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15.5%의 상장주식을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가보다는 2배 이상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투자방식으로는 거래소시장을 통한 주식투자금액이 105조원인데 반해 직접투자금액은 5조원대에 그쳤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투자규모 확대는 지수변동에도 크게 한 몫했다. 지난 7월 한달간 종합주가지수는 6.5%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12조2181억원, 13.5%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지난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주식이 차지하는 비율도 4조8천874억원, 11.4%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가지수 선물옵션 및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포션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의 주가와 경영권에 손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식투자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은 주가지수 선물옵션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74만9853계약을 거래, 거래비중이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감소한 7.9%를 기록했다. 옵션시장 거래비중도 5.8%로 전달에 비해 줄었다. 채권시장에서는 5천263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 보유잔고가 9천556억원(상장총액의 0.16%)로 줄었다.

종목별 월간 순매수규모는 삼성전자가 1조3241억원으로 전체 순매수금액의 44.5%를 차지했으며 LG전자 2천162억원, 국민은행 1천686억원, 삼성전자우 1천286억원 순이었다. 반면 SK텔레콤을 831억원 순매도,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으며 엔씨소프트(746억원), LG화학 (252억원)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대-중견기업 경영권 위협

외국인들은 이처럼 지분율을 늘리면서 주식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은 물론 국내 알짜 기업을 인수합병(M&A)과 그린메일링(지분확보후 고가 매각)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미 이 같은 현상은 지난 SKG 사태이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에 대한 주식 매집으로 경영권에 간섭하면서 가시화됐다. 최근에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오토넷 등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기업들도 외국인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지난주(8월11일~14일) 외국인은 현대엘리베이터주식을 5일간 순매수하며 총 125억원, 57만주 순매수했다. 이로써 지분율도 11.81%로 올랐으며 주가도 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오토넷에도 외국인은 128억원 가량을 매수, 지분율을 5.65%로 올렸다. 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최근 외국인 집중 매수로 이들 지분율이 57%에 달하는 등 외국인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주 외국인들은 현대차 LG전자등 국내 알짜기업들의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특성상 외국인의 주식 매집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많고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등 지배구조마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증시전문가는 “싼값에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상당수 국내 유수기업들이 대부분 이처럼 저평가되고 있고 특히 지배구조도 취약해 외국인들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이 단순히 시세차익 뿐만 아니라 기업을 삼켜, 좌지우지할 수 밖에 없는 허약한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소버린자산운용은 1천7백억원 가량의 SK㈜의 지분을 취득, 시가총액 20조원에 이르는 SK그룹의 경영권에 흔들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공세에 대기업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 및 안정화 차원에서 지분을 늘리는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및 저평가된 주가 해소 등이 없는 한 언제든 똑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자금유입 증시 체력 키워야

증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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