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 빈폴에 '한국전통' 입혀 밀레니얼 유혹
삼성물산 패션, 빈폴에 '한국전통' 입혀 밀레니얼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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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컨설팅 고문, 한영수 사진가 1960~70년대 작품 영감받아 재단장 마무리
소박함 녹여낸 '890311' 라인, SSF샵 통해 내년 1월 말 공개···글로벌 시장서 승부
15일 정구호 빈폴 컨설팅 고문이 인천 동구 화수동 일진전기 인천공장에서 빈폴의 새 로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적 클래식.'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캐주얼 브랜드 빈폴 탄생 30년을 맞아 새 정체성을 심어줬다. 급격하게 변하는 패션업계에서 많은 브랜드가 새로 태어나고 죽는데, 지금까지 30년을 이어왔고, 앞으로 30년, 더 나아가 100년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 동안 미국과 영국 브랜드 콘셉트를 참고했다면, 이젠 우리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영어 로고를 한글로 바꾸고, 브랜드 얼굴부터 매장 양식까지 한국 것으로 정했다. 2020년 봄·여름에 선보일 옷엔 1960~70년대를 녹여냈고,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눈길을 끌기 위해 새 라인도 개발했다. 

15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인천 동구 화수동 일진전기 인천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빈폴 브랜드 청사진을 발표했다. 브랜드 재단장을 위해 영입된 정구호 컨설팅 고문은 "한국적인 게 뭘까 고민하다 우리만의 역사와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서양 문화가 한국 정서에 맞게 토착화된 1960~70년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재단장 작업을 하던 정구호 고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한영수 사진가다. 3월 초부터 프로젝트에 합류한 정 고문은 두 달간 5만~6만개 사진을 수집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사진은 모두 한영수 작품이었다. 한영수는 1950년대 후반부터 사실주의 사진 연구단체 신선회에서 활동하며 서울의 모습을 남겼다. 

한영수의 사진은 빈폴 디자인팀에도 영감을 줬다. 정수강 빈폴멘팀 실장은 "한 사진가가 찍은 1960년대 극장 앞을 지나가는 커플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때의 감성과 소박함을 색과 디자인으로 녹여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먼저 빈폴의 영문 로고를 한글로 바꿨다. 스튜디오 양장점과 빈폴 전용 서체까지 개발했는데, 향후 온라인으로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한글은 세대를 아우르는 힘과 매력을 지녔고, 근본이자 문화라는 생각에 디자인 포인트로도 활용했다. 체크무늬에 ㅂ이나 ㅍ을 새긴 것. 

정 고문은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선보였던 갤럭시 한글 옥외광고를 언급하며 "해외 친구들은 멋있다, 저 디자인 좋다고 했다. 우리 것이 아름다운데, 왜 창피하나. 백화점 가서 한글 간판으로 된 브랜드 본 적 있냐. 빈폴이란 국민 브랜드가 영어를 써야 하나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앞으로도 유명 해외 스타 대신 한국 모델과 광고를 찍고 한국 전통을 이어가려는 예술가와 협업할 예정이다.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사업부장은 "앞으로 브랜드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며 "이 일을 하는 데엔 공예 전시회나 우리 춤 연출을 하며 한국의 뿌리를 찾는데 공들여온 정구호 고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5일 인천 동구 화수동 일진전기 인천공장에 꾸며진 890311 라인 매장에서 정구호 빈폴 컨설팅 고문(왼쪽)과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노후화 패션산업 저성장기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글로벌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새 라인 890311도 만들었다. 숫자는 빈폴 생년월일에서 따왔다.

정 고문은 "30년이 지나면 브랜드가 노화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을 겨냥해 새 라인을 만들었고, 이들이 선호하는 복고를 반영했다"며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수동에 엄청난 빈티지 숍이 생겼다.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피케셔츠를 사 입는 게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890311 라인의 핵심 상품은 럭비티. 기존 빈폴과 다르게 큰 품이 특징이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만큼 890311 라인은 기존 빈폴 옷보다 10~20% 싸게 판다. 이 라인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공식몰 SSF샵에서만 내년 1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빈폴 쪽은 향후 해외 도매와 다른 온라인쇼핑몰 입점도 고려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서울패션위크 기간 인천의 공장에서 빈폴 새 옷들을 소개한 이유도 해외 바이어를 모시기 위해서다. 정 고문은 "패션위크 기간이라 매일 해외 바이어가 한국을 찾는다. 18일까지 해외 바이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잡혀있다"고 했다.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인천은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이끈 곳"이라며 "이곳 일진전기 공장 터에 흐르는 역사와 전통, 감성이 빈폴의 미래와 어떻게 어울리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박남영 빈폴사업부장은 "국내 시장 성장이 과거처럼 가파르지 않아 글로벌에서 가능성 보려고 한다"며 "현재 중국에서 빈폴 사업을 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에 한정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번 재단장을 통해 한국 트래디셔널 캐주얼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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