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결론냈지만 추가 조사 필요한 한빛원전
'부실시공' 결론냈지만 추가 조사 필요한 한빛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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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건물 상부돔 조사·구조 건전성 평가 등 필요"
'국감단골' 한빛원전 올해도 등판···현대건설이 책임지나?
원안위, 11월까지 격납건물 관통부 하부 공극 점검 중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약 2년간 진행됐던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가 이달 초 종결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부실시공 결론을 내리면서도 구조물 건전성 평가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사단 입장이다. 사업자가 조사단 운영비를 제공하고 있어 조사 활동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앞서 제기된 바 있다. 규제기관은 11월까지 한빛 4호기 격납건물 관통부 하부 점검에 나섰다. 반쪽짜리 조사 결과와 맞물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보수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은 다시 들끓고 있다. 

◇ 총체적 부실시공···"향후에도 공극 발견 가능성 높아"

민관합동조사 결과 한빛 3·4호기를 중심으로 총 224개의 공극과 그리스(grease·윤활유) 누유 38곳이 발견됐다. 1분과 콘크리트 구조물 안전성 검증은 '기술사컨설팅그룹'과 체코의 '체르벤카(Cervenka) 컨설팅'이 담당했다. 공극과 함께 격납건물 내 텐돈(tendon·강선)을 감싸고 있는 시스관(sheath pipe·외장관) 사이 그리스가 누출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누유 원인과 정확한 위치 파악이 핵심이었다. 격납건물 내부 60cm, 1m 지점에 매설된 텐돈에서 누유됐다면 구조물 균열(박리)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동안 지속 제기됐다. 

3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은 총 94개로, 매설판 주변에서 14cm를 초과한 공극 29개가 집중 발견됐다. 매설판은 배관 등 구조물 설치를 위해 콘크리트 타설 전 설치하는 철판 보강재다. 매설판 보강재와 채널(ㄷ형강)이 직렬로 수평설치돼 각 길이의 합에 해당만큼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아 공극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또 폴라크레인 브라켓 하부 T형 보강재 끝단과 콘크리트 시공 이음부의 간격이 협소해 콘크리트 타설 시 유동 간섭이 발생했고, 이는 다짐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사진=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사진=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3호기 그리스 누유는 총 29개다. 이중 표면에 흘러나온 곳은 12개, 윤활유가 고여있는 공극은 17개로 집계됐다. 건설 시 그리스는 고온·고압의 유동성 액체 상태로 주입된다. 그리스가 텐돈과 시스관 연결부를 통해 콘크리트 틈새로 누유된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매설판 주변 공극 7개를 대상으로 누유 경로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콘크리트를 치핑(파쇄)한 결과 추가 누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문제가 많았던 4호기의 경우 확인된 공극은 96개로, 4호기도 매설판 주변에서 대다수의 공극이 발견됐다. 공극 원인은 3호기와 동일하다. 4호기 그리스 누유는 8개로 표면 누유는 5개, 공극에 그리스가 채워진 상태는 3개로 확인됐다. 

자료=한빛원전민관합동조사단
사진=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최근 논란이 된 깊이 157cm 규모의 공극 위치는 4호기 격납건물 주증기배관 관통부 하부다. 콘크리트 보수를 위해 CLP 확대 절단과 그리스 제거 작업 후 콘크리트를 파쇄하던 중 발견됐다. 앞서 90cm로 확인됐지만 재점검 과정에서 총 깊이는 157cm로 확인됐다. 5·6호기는 3·4호기와는 달리 보강재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설계로, 샘플링 조사 결과 공극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차기 계획예방정비(OH) 시 샘플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극과 그리스 누유 원인은 △콘크리트 타설 시 매설판 등 보강재 간섭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현장 설계 변경 △작업 관리와 감독 미흡 등 총체적인 부실 시공 문제라는 진단이다. 또 3·4호기 격납건물 외벽과 CLP 내부 배면 콘크리트를 대상으로 100%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물 건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봤다. 

격납건물 시료 채취를 담당한 체레벤카 컨설팅의 얀 체레벤카는 "초기 공사 과정에서 콘크리트 다짐 미흡 등 잘못된 시공으로 공극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현재 기술로는 모든 공극을 다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많은 공극이 발견될지 지금 상황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사컨설팅그룹 관계자는 "콘크리트 부실은 냉각재상실사고(LOCA) 등 중대 사고 시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공 이후 30년 간 점검을 실시하면서 공극, 그리스 누유 등을 발견하지 못한 사업자도 문제다. 유지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계점도 있었다. 한빛원전에서는 3호기에 대해 기술평가를 실시해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조사단에서 직접 평가를 수행하려 했지만 비용과 보안, 지적재산권 문제 등으로 실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년 전 시공 당시 규제기관과 사업자는 CLP 변형과 공극 현상 등을 인지하고 있었다. '영광 4호기 원자로 CLP 변형' 기술검토의견서에 따르면 1994년 2월 5.5mx4.8m 크기 CLP에서 배불림(Bulge)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견서는 내부 철판 변형의 이유를 "충진 작업 시 텐돈 덕트로부터 누출된 그리스 압력으로 인해 발생됐다"면서 "콘크리트 타설불량으로 인한 상당 크기의 콘크리트 공극이 주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2분과 격납건물 CLP 점검은 '에이케이테크(구 어파브코리아)'가 실시했다. CLP 부식 원인은 1·2호기의 경우 건설 중 장기 대기노출기간 등 잘못된 관리로, 4호기는 건설 공법 오류로 인한 전면부식으로 판단됐다. 경년열화관리를 위한 체계적 대응과 종합누설율시험(ILRT) 과정에서 누설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이케이테크 관계자는 "한빛 1호기 24차 예방정비 당시 격납건물 내부철판 수리 완료 후 ILRT를 실시한 결과 허용치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라면서 "이 상태라면 언제 누설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빛 1호기 ILRT 누설율은 △2000년 11월 0.5999 △2004년 10월 0.372 △2013년 10월 0.694 △2017년 3월 0.745 △2019년 3월 0.736으로 집계됐다. 종합누설율은 허용 누설률의 100분의 7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누설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과 함께 내부철판 종합합 관리를 위해 상부돔 추가 측정 의견도 나왔다. 

◇ 현대건설, 한빛원전 부실시공 책임지나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빛원전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기술과 현대건설의 책임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국감장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설판 보강재' 설계 변경 관련 한국전력기술의 승인 결과 자료를 공개했다. 발주처인 한국전력(현재는 한수원)은 당초 계획과 달리 매설판 보강재를 제거하지 않고 타설하겠다고 요청했고 설계를 담당했던 전력기술은 이를 하루 만에 승인했다는 것. 

1800개의 보강재를 그대로 둔 채 콘크리트를 타설함으로써 공극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배수 전력기술 사장은 "각 기관들은 설계 변경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설계에 따라 철저히 시공했다"면서 변경 전 설계 내용은 모른다고 언급했다. 박 사장이 말한 설계가 정확히 어떤 설계를 의미하는 것인지 당시 논란이 인 바 있다. 

올해 국감에서 현대건설의 증인 참석은 불발됐다. 국감장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현대건설이 보수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노웅래 위원장에 전달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그러나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감 당일 오후까지 현대건설 측과 연락이 닿지 않는 등 합의된 사항이 아직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종합감사 때까지 서면으로 보수 계획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한수원과 원인 규명과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향후 협의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비용 부담 여부는 일축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빛원전 문제로 최근 해외에서 현대건설의 평판이 좋지 못하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오는데 이를 무마시킬 목적으로 보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실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30년간 책임을 모두 진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위로금 명목으로 제공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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