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①] 출범 2주년 무한경쟁···'반쪽짜리' 아쉬움도
[초대형IB ①] 출범 2주년 무한경쟁···'반쪽짜리'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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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선점 후 NH·KB 후발…'자본 1위' 미래에셋은 제자리
초대형IB 요건 갖춘 신한금투, 발행어음 시장 진출 '박차'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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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다양한 업무를 허용해 주는 초대형IB가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했다. 오는 11월 초대형 IB의 출범 2주년을 앞두고,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까지 모회사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향한 대열에 속속 합류중이다. 대체투자 확대 등 초대형 IB 출범 이후 성과가 주목받고 있음에도, 모험자본 투자 부족 등 출범 당시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파이낸스>는 초대형IB의 현실과 그간의 역할, 그리고 개선해야 할 과제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2016년 8월,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했을 때, 증권가에서 설렘과 기대가 교차했다. 기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천수답' 수익 구조에서 탈피, IB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라는 정부의 청사진을 반겼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장이 머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그로부터 1년3개월 후,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했다.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이들로부터 신청서를 받은 지 4개월 만이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만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가지 흠결로 신청과 자진 철회를 번복한 끝에 6개월~1년 반이 지나서야 후발주자로 나섰다. 나머지 두 곳은 당국이 발행어음 심사조차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답보 상태다. "반쪽짜리 초대형IB"라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여전히 나오는 이유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에 판매하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해당 회사는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기업 금융,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등에 사용할 수 있어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의 발행어음 수신 잔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자기자본 9조원에 육박, 타 대형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시장을 향해 2년 가까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2017년 12월부터 발행어음 심사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4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사태로 오는 2021년 1월 말까지 신규 사업 진출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초대형 IB 타이틀을 달아도 단기금융업 자격을 얻어야만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데, 대주주 적격성 등 까다로운 심사 요건을 거쳐야 한다"며 "시장 진출까지 높디 높은 문턱이 상존하는 터라, 당초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의지에 의문 부호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6월 금융위가 발표한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을 통해 신규나 변경 인가·등록 심사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청신호가 켜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 착수 후 6개월 이내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심사를 재개한다. 최대 심사 중단 기간을 6개월로 설정, 인가심사가 무기한 중단되는 법적 불확실성을 방지토록 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공정위 조사가 21개월간 이뤄지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심사 재개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측은 "당국의 인가 체계 개편안과 별개로 공정위의 조사가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며 "조사가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선행주자들이 제자리걸음하는 사이, 신한금융투자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 차기 주자로 급부상했다.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 '6강 체제' 합류에 이어 '발행어음 4호' 사업자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초대형IB 타이틀을 얻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보다 시장을 먼저 선점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고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재무제표가 완성되는 11월 중순 이후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심사 기간이 통상 2~3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내년 상반기 내 발행어음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초대형IB 승인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현재 저마다 굵직한 이슈에 묶여있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당분간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에 신한금융투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당국의 추가 발행어음 인가 승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의 수혜는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초대형IB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메리츠종금증권(3조6308억원)과 하나금융투자(3조3753억원)에도 관심이 모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부터 올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순이익 1000억원을 넘기며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에도 호실적의 주역인 기업금융 등 선전으로 실적 개선세가 예상돼, 증자 없이 자기자본 4조원 도달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내년 4월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된 후 초대형IB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이전 종투사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에 종금 라이선스가 만료되더라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증자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고, 초대형IB 진출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7000억원, 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3조2680억원으로 확충한 하나금융투자는 올 7월 종투사로 지정받았다. 향후 금융당국의 정책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초대형IB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러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하나금융지주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초대형IB 도약을 위해 대체투자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페인 태양광발전소 지분 인수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피스빌딩 투자, 바르샤바 BNP파리바 폴란드 본사 건물 인수 등 올 들어 유럽에서 큰 규모의 부동산 투자를 완료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IB를 목표로 하고 있고, 지주도 이 같은 컨센서스가 있는건 분명한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얘기된 사안은 없기 때문에 향후 계획에 대해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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